'세종대왕은 내가 최고로 존경하는 위인중의 한 분이다.' 영어로는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세종대왕이 이런 말을 듣는다면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최고는 말 그대로 가장 높은 하나인 것이지 여러 가운데 하나일 수는 없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에 익숙한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해가 갈수록 우리말의 어법에 맞지 않는 영어식표현을 너무도 자주 접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중학교까지 국어는 쉬운 과목이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갑자기 국어(수능언어)가 어려워서 원하는 대학을 합격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지나치게 주입식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국어를 잘하려면 한자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억지로 한자급수시험에 매달리고, 공부에 지쳐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에게 신문사설을 억지로 읽으라 한다.

매우 역설적이게도 입시목적의 논술 때문에 학생들이 우리말을 표현하는데 두려움을 느끼고, 많은 독서를 요구하는 언어영역 때문에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지를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조금만 다르게 접근한다면 가장 자연스러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단순한 최상위권이 아닌, 극최상권의 학생들이 언어나 논술을 접근하는 것을 보면 외부의 평가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즐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즐거움에는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이 있고, 자연스러움에는 가장 강한 해결방안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10. 현학적인 표현

우리 선조들의 곡굉이침지(曲肱而枕之)와 같은 자세를 배워야 할 것이다. 또한 노자 <도덕경>에 보면 '청정자연(淸淨自然)'과 '반박귀순(返樸歸淳)'을 귀의로 삼아서 자신의 몸을 다스릴 것을 권유하고 있다.

자신의 필요성보다는 부모님의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학생들에게서 자주 발견하는 현상이다. 많은 대학에서 요구하는 독창적인 표현을 막연한 차별성으로만 인식하고, 글쓰기마저 주입식으로 접근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논술의 핵심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다. 논술은 '이렇게 써야한다.'라는 정답에 매달린다면 그 순간 논술은 이미 논술이 아니다. 대학에서 발표하는 예시답안도 이런 방식도 있다는 참고용일 뿐이지 모범답안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논술이다. 지나치게 현학적인 표현은 오히려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1. 접속사의 빈번한 사용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의 도덕적해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부호들은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물론 우리나라 재벌들도 사회에 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순수한 기부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때 회피용으로 마지못해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세금을 감면받기 위한 방법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의 기부문화도 선진국처럼 실시되어야 한다.

적절한 접속어는 문장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글의 논지를 명확하게 정리해준다. 하지만 지나친 접속어 사용은 글의 흐름을 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접속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문장을 표현하는 방법은 많이 있다.

'①그러나 선진국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②예를 들어 미국의 부호들은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③물론 우리나라 재벌들도 사회에 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문장에서 '그러나', '예를 들어', '물론'없이도 문장을 이어가는데 큰 무리가 없다. ③번 문장의 경우에 '경우가'를 '경우는' 정도로 바꾸어 비교, 대조, 강조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지나친 접속어 사용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문장을 표현할 수 있다.

12. 부적절한 어휘 선택

교육당국은 학교폭력문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를 적절한 선에서 해결하고 넘어가려 한다면 더 큰 문제를 남발하게 되는 것이다. 각계각층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일시적인 수단으로 문제를 덮으려 한다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교육당국'이 아닌 '교육당국자'이다. '방관'과 '방치'중에 어떤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한 '적절'은 긍정적인 표현에 사용하므로 여기에서는 부정어감이 내포된 '적당'이라는 표현이 적합하고, '남발'보다는 또 다른 일을 일어나게 하는 '유발'이 적절하다. '비난'이라는 표현도 각계각층이 근거없이 문제점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판'정도로 바꾸는 것이 좋다. 끝으로 '일시적으로 문제를 덮으려 한다면' 더 큰 문제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므로 '~할 수밖에 없다'보다는 '~할 수 있다'가 보다 더 타당하다.

13. 이중부정

성차별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물론 가부장제도가 반드시 나쁜 것이라 할 수는 없지 않겠지만, 이런 인식이 지속된다면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대가 변해갈수록 이런 인식을 마다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 이중부정은 강한 긍정의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논술은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문장이 바람직하다.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아니라, '생각해야 한다' 정도면 충분하다. '가부장제도가 반드시 나쁜 것이라 할 수는 없지 않겠지만'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전혀 반대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예전의 운전면허 시험문제를 보면 '다음 중 비보호 좌회전 표시가 있는 신호등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볼 수 없지 않은 것은?'과 같은 것이 있었다. 안전운전을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많더라도, 논술의 표현은 긍정의 표현이 효과적이다. '떠들지 말자'라는 부정의 표현보다는, '조용히 하자'라는 긍정의 표현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14. 부정확한 자료의 인용

200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는 1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하였다. 이것은 대기업보다는 전체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역할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규직을 훨씬 뛰어넘는 비정규직은 우리의 생산기반을 위축시키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제시할 때는 주어진 자료 안에서 인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에 따라서는 시사적인 자료를 인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논술시험장에서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볼 수도 없는 것이고, 유사한 내용이 기억이 났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수치 제시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구체적인 무역흑자액을 제시하면서 2000년대 후반으로 모호하게 제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다. '중소기업이 전체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라는 표현보다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매우 비중이 높다는 정도의 표현이 적절하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훨씬 더 많다고 단정하는 것도 부정확한 자료의 인용이라고 할 수 있다.

15. 의미중복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의 원인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가 거듭해서 되풀이 된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은 어려울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존중되는 다문화사회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말의 특성상 의미중복은 자연스러운 면도 있다. '역앞'에서 만나는 것보다는 '역전앞'에서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고, '처가'에 다녀왔다는 말보다는 '처갓집'에 다녀왔다는 말이 자연스럽다.

또다른 예로, '강한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동해바닷가의 노인들이 남은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따듯한 온정을 펼치는 것'이라는 문장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논술은 정확한 표현을 핵심으로 한다. 이 문장은, '이번 태풍으로 해를 입은 동해지역의 노인들이 남은 생애를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온정을 펼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보다 더 좋은 우리말 표현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의 원인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가 거듭해서 되풀이 된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은 어려울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존중되는 다문화사회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의 원인을 확실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 된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은 어려울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존중되는 다문화사회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의미중복이 반드시 피해야 할 표현은 아니지만,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명확하게 제시하기 위한 노력으로 유사의미의 반복을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 말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접근해나간다면 보다 더 깊이 있고 다양한 표현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둔산 일취월장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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