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훈 기자의 조리자격증 도전기 - 마지막 이야기
지난 1년간 한식요리사 자격증에 도전하며 많은 요리를 직접 만들었다. 정작 중요한 자격증 도전에는 결국 실패했다. 실기시험에서 원하는 대로 적은 양의 요리를 레시피 대로 정확하게 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긴장해서 실수를 연발했고 몇 번을 반복했던 요리과정을 잊어버려 허둥대다 시험장을 나왔다. 과제로 주어진 음식을 다 만들어보지도 못했으니 합격발표 날을 기다릴 필요조차 없이 보기 좋기 떨어졌다.
정식으로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예전과 비교한다면 분명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자는 간단한 요리를 제외하면 아직도 요리책을 보거나 레시피를 메모해 그대로 따라 한다. 불고기 양념 비율이라든지, 간장을 부어 육수 색을 내는 것 등은 눈대중으로 하지만 갈비양념을 재우거나 해물탕 양념을 만들 때, 전분가루를 입힐 때 등 헷갈리는 것은 반복해서 보는 편이다. 손은 더디지만 항상 일정한 맛을 낸다. 손이 더딘 것이 실기시험에 치명적이었다. 재료를 일정한 크기로 손질하거나 외웠던 양념 비율을 힘겹게 맞추다 보면 시간만 덧없이 흘러간다.
자격증 도전에는 실패했어도 일상적인 생활에는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먼저 칼을 다루는 솜씨가 좋아졌다. 손이 더디다고 했지만 채를 썰거나 다지거나 돌려깎기를 하는 기자의 칼질은 느리지 않다. 생고기를 잘게 다지다 손톱을 잘리기도 했고 마늘을 3㎏씩 다져놓다가 손가락을 수차례 베였다. 재료를 재단하는 솜씨가 좋아져서 된장찌개에 넣는 감자를 다듬더라도 모서리를 둥글게 깎는 `센스`까지 생겼다.
석쇠, 밀대, 뒤집개 등 요리 도구도 다양하게 구비했다. 석쇠에 떡갈비나 생선을 굽고 밀대로 만두피를 만드는 등 전에 없던 `스킬`이 생겼다.
요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재료도 항상 마련돼 있다. 감자, 양파, 당근, 고구마는 서늘한 곳에 많은 양을 보관하고 있고 냉동실에는 다진 마늘과 생강, 파가 용기에 담겨져 있다. 무, 고추, 피망 등도 떨어지지 않게 사다 놓는다. 매운 갈비찜이 먹고 싶다면 돼지갈비만 구입하면 되고, 고등어 조림을 하려면 고등어만 사오면 금세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일종의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육수나 양념을 만들 때는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한 가지 맛을 내더라도 다양한 재료를 넣어 풍부하게 만들려고 애쓴다. 단맛은 키위나 배 등 과일을 첨가하고 매운맛은 마늘, 생강, 파, 고추 등을 골고루 다져 양념에 함께 버무린다. 때문에 음식이 깔끔하고 풍성한 맛을 낸다. 휴일에는 장조림, 멸치볶음, 두부조림, 감자볶음 등 밑반찬을 만들고 일찍 퇴근하면 메인요리를 만들어 상을 차리고 아내를 쉬게 한다.
음식솜씨가 생기면 생활이 풍성해진다. 아무리 좋은 식당, 비싼 음식을 먹는다 해도 가족을 위해 정성껏 만든 음식에 비교할 수는 없다. 매일 잔칫상처럼 푸짐하게 차릴 수는 없어도 김치찌개, 미역국 하나라도 정성껏 만들어 상을 차린다면 가족을 행복을 지킬 수 있다. 자격증 도전에 실패해 못내 아쉽지만 음식을 만드는 행복을 맛봤고 앞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만들며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 끝 -
송영훈 기자 syh0115@daejonilbo.com
취재협조: 홍명요리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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