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 열풍 들여다보기

식습관에도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채식 바람이 거세다. 대학교에 채식동아리가 생겨나는가 하면 대전 지역에도 채식 전문 식당부터 고객의 기호에 맞게 별도로 채식메뉴를 운영하는 식당이 등장하고 있다. NHN(네이버)은 지난해부터 육류 없이 곡물과 채소의 뿌리부터 껍질을 이용해 만든 식사를 제공해 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채식의 트렌드와 대전 지역 채식 전문 음식점, 채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알아본다.

◇채식 인기, 왜?=채식 또는 채식주의자라는 말은 그렇게 새롭지도 않고 신기한 말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채식 바람은 채식이 기존 소수의 독특한 사람에 국한된 것이라는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현재 채식인의 가장 큰 커뮤니티로 알려진 인터넷 모임 '한울벗 채식나라'는 회원수 5만명을 넘겼다.

채식 바람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연예인의 채식선언은 특히 파장이 크다. 동물 애호가인 가수 이효리는 과거 한우 홍보대사로 임명되기까지 했지만 지난해 8월 돌연 채식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 미스코리아 이하늬와 연기자 송일국, 김창완, 김제동 등도 채식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채식 열풍을 문화 수준이 향상된 것과 연관시켜 분석한다. 한국 보다 채식이 더욱 보편화 된 할리우드에서는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 스타부터 가수 제이슨 므라즈, 스티브 잡스, 육상선수 칼 루이스까지 채식 주의자가 넘친다. 채식을 유명인사로서 가져야 하나의 문화양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 것이다.

채식의 단계를 지칭하는 용어를 보면 좀 더 이해가 간다. 보통 채식은 소와 돼지 등 포유류를 먹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생선을 먹지 않는 순이다. 완전한 채식의 경우 우유와 계란, 치즈 등도 먹지 않는다. 닭을 먹는 채식인은 '세미 베지테리언', 생선까지 먹으면 '페스코', 우유까지 마시면 '락토', 우유와 달걀을 먹으면 '락토오보', 동물성 단백질을 전혀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인을 '비건'이라 부른다. 인간과 가까운, 고통을 강하게 느끼는 고등동물부터 먹지 않는 다는 논리다. 연평도 포격 당시 '섬에 남은 개에게 밥은 누가 주지?', 일본 쓰나미 참사 때 해일을 피해 달아나는 개를 보며 안타까워 하는 마음 등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커진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인식하기도 한다.

◇채식은 편식? 똑똑한 채식하기=과연 채식을 하면서도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을까. 채식의 영양학적 논란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특히 채식도 결국 편식의 일종이라는 주장이 있다.

육류를 피하다 보면 육류에서 섭취할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고 에너지 섭취의 불균형 상태가 이어지면 다른 영양소의 흡수도 저해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는 특정 곡물이나 채소만 집중 섭취하지 않으면 채식만으로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채식을 할 때 흔히 하는 오해로 풀로 가득찬 상차림을 떠올리곤 하는데 육류를 섭취하지 않으면서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반드시 챙겨야 할 영양소가 있다.

우선 지방섭취를 위해 견과류는 필수. 아몬드와 호두, 땅콩, 잣, 캐슈넛 등 다양한 종류의 견과류를 하루 한 줌(아몬드 기준 35개 가량) 정도를 매일 섭취하면 된다. 몸에 불필요한 지방 찌꺼기를 남기지 않으면서도 양질의 신선한 지방을 공급하기 때문에 다이어트 중인 여성에게도 좋다.

유제품을 통해 주로 섭취하는 칼슘 부족도 우려하기 쉬운데 녹황색 잎 채소에는 풍부한 칼슘을 함유한 것이 많다. 잎이 두껍고 단단할 수록 칼슘이 많이 든 채소. 케일이나 시금치가 대표적이다. 쌈이나 샐러드를 먹으면 칼슘 부족 우려를 덜 수 있다.

육류에 풍부한 단백질과 철분은 현미와 콩, 옥수수를 먹어 섭취할 수 있다. 현미와 콩을 섞어 먹으면 단백질의 20가지 아미노산 중 우리 몸에서 생성하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을 섭취할 수 있다. 현미는 단백질 뿐 아니라 철분도 풍부한 식품이다.

혈액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B12는 미역이나 다시마, 톳 등의 해조류와 발효식품을 섭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전 지역 채식식당은 어디있을까=대전 지역도 채식 전문 뷔페가 문을 여는 등 생각보다 많은 음식점이 채식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채식식당'을 활용해 우리 지역의 채식식당을 알아봤다.

석봉동의 '러빙헛'은 완전 채식을 하는 비건 음식점이다. 유기농 콩나물밥과 유기농 쌈밥, 콩가스, 들깨칼국수 등을 판다.

탄방동 '풀향기 채식뷔페'는 락토오보 식당으로 점심이나 저녁 구분없이 1만원 이면 샐러드부터 과일과 야채, 두부, 쌈채소 등 소박하게 차려진 채식을 맛 볼 수 있다.

오류동과 둔산동 '칼국수 만드는 사람들'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흰 칼국수를 주문할 수 있다. 둔산동 '무지개회관'과 만년동 '귀빈돌솥밥'은 계란이나 육수를 뺀 채식돌솥밥을 주문할 수 있다.

반석동 채식뷔페 '마르쉐라'는 다양한 쌈과 함께 콩고기를 제공한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콩으로 만든 돈까스와 탕수육, 불고기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오정연 기자 pen@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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