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희망보다 아이 꿈에 귀 기울이길, 희망고문 말고 현실 그대로 보여줘야

구용회 명품학원장
구용회 명품학원장
최근 초·중·고등생들의 폭력성이 심각해지면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진로상담이 강화될 예정이다. 효과적인 학습이 되도록 가르치는 것 만큼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되는 `진로상담`.

최근 학원가는 공부하는 교육의 장만이 아닌 실제 상담소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전 지역의 성공한 학원장들이 말하는 진로상담노하우는 무엇일까. 가르치는 교육만큼이나 진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그들에게 물었다.

성공한 강사들이 말하는 진로상담노하우는 "답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교감을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선자 양영토피아학원장과 구용회 재수전문 명품학원장은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이 상담을 잘 이끌어 가게 하는 것"이라면서 "학생과 학부모를 수천명 만나지 않고 대뜸 상담을 잘해주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유선자 원장은 "진로상담은 진학과 함께 이뤄지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하고 고입·대입을 앞 둔 학생과 그의 학부모까지 상담 범주에 넣는다.

처음 학원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생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상담을 할 때에도, 단순히 학교 성적이나 원하는 진로만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학생의 성격, 성향, 가정환경 등에 고루 중점을 두고 진행한다.

이런 상담 방향은 학생의 학습 성향을 잡아주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학생이 지니고 있는 자질은 문과인데 부모가 원하는 방향은 이과일 때 그 절충은 제가 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부모 꿈이 아닌 아이에게 맞춘 진로설정은 고입에서 대입으로 연결되고 실질적으로 사회에 나가서 쓰일 역할까지 시야를 넓혀야만 진정성을 담은 상담이 가능합니다. "

구용회 원장은 상담이 일회성에 제한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학원에서는 상담을 수시로 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학원에 등록할 때의 하나의 절차로 여겨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그 상담은 하나마나한 상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학습계획을 세운 후에 공부하다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자신만의 학습법을 완성해 나가듯, 학생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혹은 그런 것을 기대하면서 상담을 수시로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담은 없을까. 유 원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견해 차이가 클 때 어려우면서도 부담이 큰 상담"이라면서 "예를 들어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의사`를 장래희망으로 정했다 하더라도, 학생은 봉사에 중점을 둔 외과의사를 지향하는데 반해 부모의 입장은 다를 수 있어 그 부분마저도 신경써서 상담해야 하는 게 학원의 역할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어려울 때도 많다. 특히 학생이 말을 하지 않거나 단답형으로 짧게 끝낼 때 상담은 두 배로 어려워진다.

구 원장은 "재수생들이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오면 대부분 학생보다는 학부모와 말을 하게 되는데, 학부모와의 입장차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을 때 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고 다음에 다시 하자면서 돌려보내면 그 상담은 끝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구 원장은 "학생이 최근 본 영화나 들었던 음악, 읽었던 책 등 소소한 것들로 부터 이야기를 이끌어 내면서 가고 싶은 대학이나 학과, 하고 싶은 일 등을 말하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경험에서 얻게된 상담 철학은 때론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재수생처럼 다시 도전을 하는 수험생들에게 그의 상담은 때론 깊은 구덩이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솟아오를 용기도 함께 준다.

"재수를 하면서도 여전히 학생들은 꿈과 현실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성적이나 스펙, 아무것도 안되는 학생에게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게 해줘야해요. 그래야 수험생도 목표를 재설정하고 단계를 밟아 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무조건 `넌 할 수 있어`라고 한다면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가능성이 크죠."

이런 부분은 유 원장도 비슷하다.

중·고등학생들이 막연히 꿈을 키우게 하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도록, 진정한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냉정하게 현실을 알려주는 것 역시 상담하는 사람의 역할이라고.

"의사를 꿈꾸지만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까라고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계획을 세우는 학생은 거의 없어요. 무작정 꿈꾸는거죠. 그러면 그런 학생에게 방향제시를 어떻게 해줘야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평소에 그 학생이 계단을 오를 때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걷지만, 이제는 한 계단 오를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해줘야하는 것이죠."

이들은 학원만의 특성있는 상담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강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관리한다.

강사들이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상담기록부는 꼼꼼히 챙기는지, 수업방식이 일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수시로 체크한다. 학원장과 상담실장, 각 담임강사가 작성한 상담기록은 항상 공유한다.

유 원장은 "학생들을 상담하는 것을 혼자서의 역할이라는 생각은 버려야한다"면서 "학생들이 상담자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도록 상담자 스스로 역할변화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 원장 역시 "상담으로 학생을 선도하겠다는 것은 옛날 방식"이라면서 "학생과의 교감으로 진정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 궁금해요! 진로진학상담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부터 학생에 대한 진로진학상담을 본격화한다. 교과부는 올해 1500명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모든 중·고교(5383명)에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배치해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진학준비와 전공 및 직업선택을 위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위기학생 등을 상담하는 전문상담교사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진로진학상담교사제도와 통합해 인성 상담과 연계된 진로·진학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교급별, 계열별로 국가수준의 진로교육 성취목표를 설정해 구체화된 목표에 따라 진로교육을 실시하고, 매년 2회 이상의 온·오프라인 진로직업 적성검사를 시행해 이에 따른 상담 기회를 늘려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취지이다.

교과부는 진로적성검사와 상담결과를 진로포트폴리오에 반영하고, 장기적으로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진로지도 결과를 대입 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진로설계를 바탕으로 한 진학지도를 강화하고 3학년에 집중됐던 진학지도를 전학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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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자 양영토피아학원장
유선자 양영토피아학원장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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