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이육사, 《교목(喬木)》 -

(나)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신석정, 《들길에 서서》 -

(다)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 김종길, 《고고(孤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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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가)와 (나)에는 현재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화자의 태도가 드러나 있다.

②(가)와 (다)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해소된 조화로운 상태가 구현되어 있다.

③(나)와 (다)에는 일상생활의 소중함에 대한 자각이 나타나 있다.

④(가), (나), (다)에는 자연의 섭리에 대한 깨달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⑤(가), (나), (다)에는 화자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삶의 자세가 담겨 있다.

[문제읽기를 통해] 시의 공통점을 알아보는 문제이다. 이런 유형은 시의 내용(정서, 태도, 인식)이나 시의 표현(이미지, 수사법, 운율 등)에 주목해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

[지문읽기와 문제읽기를 통해] 정답이 ④번임을 알 수 있다. (가)에서는 2연의 ‘뉘우침 없는 마음’과 3연의 ‘차마 바람도 흔들지 못하는’ 꿋꿋한 삶을 노래하고 있다. (나)에서는 ‘푸른 별을 바라보며 사는 것은 거룩한 일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는 ‘북한산의 높이를 회복하려면 고통스럽지만 기다려야 한다.’라는 구절을 통해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노래하고 있다.

2.(가)와 (나)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표현상의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비유와 상징을 통해 시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② 어조의 변화를 통해 시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③ 동일한 색채어를 반복하여 정서를 고조시키고 있다.

④ 공감각적 표현으로 이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⑤ 화자의 시선이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읽기를 통해] 두 작품의 공통점을 물어보는 문제이다. 답지의 앞부분은 시의 특징을, 뒷부분은 그 특징을 통한 효과를 보여주므로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지문읽기와 문제읽기를 통해] 정답은 ①번이다. (가)에서는 ‘교목’을 사람처럼 표현한 의인법이 사용되었고,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와 같은 직유법이 쓰였다. 또한 ‘거미집’, ‘바람’ 등의 상징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나) 역시 ‘흰 구름을 지니고 살듯’, ‘푸른 산처럼’에서 직유법이 쓰였고, ‘푸른 하늘’, ‘푸른 별’ 등에서 상징적 표현이 사용되었다.

3.<보기>는 (가)에 대한 심화 학습을 위하여 수집한 자료이다. 이를 참고하여 토의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백과사전】

·이육사: 시인. 1904년 경상북도 안동 출생. 항일 독립 투쟁으로 20여 차례의 투옥 끝에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함.

·작품 경향: 저항 의식, 실향 의식과 비애, 초인 의지와 조국 광복에 대한 열망 등을 주제로 삼고 있음. 정제된 형식미와 안정된 운율감을 보임.

·「교목」: 1940년 ‘인문평론’7월호에 발표.

【국어사전】

· 교목: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게 자라는 큰 나무.

【인터넷 자료】

·『맹자』에 따르면, ‘교목’은 오랜 세월 덕을 닦아 임금을 도(道)로써 보필하여 나라를 떠받치는 신하를 의미한다.

·시인은 빈궁과 투옥과 유랑의 사십 평생에 거의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었다. 문학청년은 아니었으나 삼십 고개를 넘어 시를 쓰기 시작했고, 혁명적 열정과 의욕을 시에 의탁해 꿈도 그려 보고 불평도 터뜨렸던 것이다(『육사 시집』 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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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이 시의 제목은 나라를 위한 시인의 절개와 기상을 표상한 것이다.

②이 시의 행 배열과 연 구성에서도 이육사 시의 형식적 특성을 찾을 수 있다.

③‘낡은 거미집’은 시인의 고난에 찬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④‘끝없는 꿈길’은 시인의 혁명적 열정과 의욕을 함축하고 있다.

⑤‘바람’은 이국을 떠돌던 시인의 실향 의식과 저항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문제읽기를 통해] <보기>에서는 (가) 시의 작가인 이육사의 삶과 작품 경향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교목’은 ‘신하, 굵고 곧고 높음’ 등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문읽기와 문제읽기를 통해] 정답은 ⑤번이다. <보기>의 자료를 통해 작품을 감상해 볼 때 ‘바람’은 ‘교목’을 흔들고 있는 ‘외부의 탄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이육사의 독립투사적인 삶과 연관지어 보면 ‘일제 강점기의 혹독한 시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바람’이 시인의 실향의식과 저항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⑤번은 설명이 적절하지 않다.

4. (다)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옅은 화장’은 산봉우리에 눈이 살짝 쌓인 모습을 나타낸 것이야. 산의 미묘한 변화에 주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

②‘차가운 수묵’은 겨울 산의 모습을 그림에 비유한 거야. 대상의 속성이 드러날 수 있는 정황을 묘사하고 있어.

③‘신록’, ‘단풍’, ‘안개’는 겨울이 아닐 때의 산의 모습을 나타내. 이들과의 대비를 통해 겨울 산의 의미를 부각하고 있어.

④‘왼 산을 뒤덮는 적설’은 가볍게 눈에 덮여 있는 상태와 호응하지. 세속적인 것에서 벗어나 홀로 존재하는 산봉우리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어.

⑤‘장밋빛 햇살’은 가볍게 눈 덮인 산봉우리의 속성을 ‘변질’시키지. 그럼으로써 화자가 형상화한 산봉우리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해.

[문제읽기를 통해] 한 작품의 특징과 감상에 대한 문제이다. 각 시어의 앞 뒤 문맥을 잘 살펴보고, 그래도 풀리지 않는다면 작품 전반의 흐름을 이해해 보도록 한다

[지문읽기와 문제읽기를 통해] 정답이 ④번임을 알 수 있다. ‘왼 산을 뒤덮는 적설’은 ‘가볍게 눈에 덮여 있는 상태’와는 완전히 반대의 상황이다. 여기서 ‘왼 산’은 ‘온 산’을 의미한다. 또한 ‘적설’은 산봉우리를 드러나게 하지 않는 것으로써, ‘세속’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 논술 >

※ 다음을 읽고 다 쓴 후에 이상샘 메일 (e-sang@hanmail.net) 로 보내 주시면 선착순 3명에게 무료로 정답을 지도해 드립니다. ( 대상 : 중학생 )

논제 :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표현을 자주 쓰게 된다. 이에 알맞은 사례와 제시문의 내용을 근거로 들어 이러한 말이 뜻하는 바를 명확하게 서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언어의 한계에 대해 논술하시오.(600~8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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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시력을 잃은 장님이 있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세상에는 빛과 색이 없었다. 물론 사람들은 그에게 갖가지 색채의 아름다움과 빛의 찬란함 등을 말해 주었다. 그러나 장님은 그들의 설명을 결코 이해할 수 없었고, 무수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빛과 색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야말로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장님들이 세상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빛과 색이 없음을 일컬어 어둠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장님들은 모두 이 어둠의 세상만을 바라보고 있게 된다고 설명하면서 그것은 무척 불행한 일이라고 단정하였다.

하지만 장님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사실 무엇을 어둠이라고 부르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앞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또 그런 자신의 처지 때문에 종종 슬픔에 빠지는 일이 많았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장님이라는 사실 그 자체 때문에 불행하다는 말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유의 사항

1.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준수할 것

2. 주어진 분량을 반드시 지켜 쓸 것(분량 미달이나 초과 시 감점)

3. 사례를 서술하는 부분이 없으면 0점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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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논제 분석- 논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경험의 예를 두 가지 이상 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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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시문 분석 - 장님이 ‘빛과 색’을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를 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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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요 작성

·서론

·본론

·결론

[어휘력 tip]

- 순 우리말 표현

1. ‘생때같다’

- 형용사인 ‘생때같다’는 ‘몸이 튼튼하고 병이 없다’의 뜻으로서 ‘생때같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몸져 누웠다’나 ‘생때같은 자식들’에 쓰입니다.

2. ‘뒤넘스럽다’

- 형용사인 ‘뒤넘스럽다’는 ‘주제넘게 행동하여 건방진 데가 있다’의 뜻으로서 ‘ 그 집 아들은 너무 뒤넘스럽다’ ‘알지도 못하면서 뒤넘스럽게 나서지 마라’에 쓰입니다.

3. ‘너볏하다’

- 형용사인 ‘너볏하다’는 ‘몸가짐이나 행동이 번듯하고 의젓하다’의 뜻으로서 ‘그는 제법 너볏하게 말을 건넸다’ ‘철없던 동생이 제법 너볏해 졌다’에 쓰입니다. 앞서의 ‘뒤넘스럽다’와 반대의 경우에 쓰이는 순 우리말임을 알아 채셨죠?

4. ‘능갈’

- 명사인 ‘능갈’은 ‘얄밉도록 몹시 능청을 떪’의 뜻으로서 ‘그는 능갈솜씨가 여간이 아니었다’에 쓰입니다. ‘능갈치다’도 있는데 ‘교묘하게 잘 둘러대다’의 뜻입니다.

5. ‘헤갈’

- 명사인 ‘헤갈’은 ‘흩뜨려 어지럽힘’의 뜻으로서 ‘그가 헤갈을 치면 집안 물건이 남아나질 않았다’에 쓰입니다. 또 ‘허둥지둥 헤맴’의 뜻도 있는데 ‘한참동안 헤갈을 해도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에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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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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