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 하이레벨 학원장·대덕대 교수

[ 2003학년도 수능 - 희곡 ]

----------------------------------------------------------------------------------부장 그렇습니다. 어찌 알 수 있었겠습니까. 성문을 열고 항복하면, 낙랑 왕 식구 세 사람은 모두 목숨을 살려 이곳에 모셔다가 왕비 마마 곁에서 사시게 작정이 된 일이 아니었습니까? 왕자님,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호동 어찌할 수 없는 일…….

부장 ⓐ 그렇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호동 누가 그것을 모르는가?

부장 돌아가신 낙랑 공주에게 미안해서 ⓑ 그러십니까?

호동 …….

[A]

부장 공주께서도 어찌 원망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왕자께서 두 나라의 평화를 위해서, 두 분의 행복을 위해서 부탁하신 일인 줄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분이 낙랑 공주였으니 어찌 원망하실수 있겠습니까. 왕자님과 이 몸이 대왕의 뜻을 받들어 평화 교섭을 위해서 낙랑을 찾아갔을 때, 제일 반가워한 분이 공주님이셨고, 낙랑 왕의 고집 때문에 화평 교섭이 잘 되지않자 누구보다도 근심하신 분이 공주님이셨지요. 그래서 두 나라가 싸워서 숱한 사람이 죽느니보다는 자명고를 찢어서 고구려가 이기게 하는 것이 좋다고 결심한 것도 낙랑 공주이시지요. 낙랑 나라가 그런 신묘한 북을 가진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정말 큰일 날 뻔했지요. 대대로 낙랑 왕의 식구밖에는 모르는 비밀을. 그래서 왕비 마마께서도 이 나라에 시집오신 몸이면서도, 그리고 의붓아드님이 정벌군을 이끌고 낙랑으로 떠나게 되어도 입을 다물고 계신 비밀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었겠습니까? 왕자님을 그렇게 따르시게 된 공주께서 그 이야기를 하시더라는 말씀을 왕자님께 들었을 때처럼 무서웠던 적이 없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고구려군이 싸움을 벌였더라면

이었겠지요. 적은 먼저 알고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까요.

호동 그 말을 자네한테 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인지 어쩐지 모르겠군.

부장 무슨 말씀을. 또 놀라게 하시는군요. 말씀하시기 다행이지요. 그랬길래 제가 왕자님께 간곡 히 그 북을 공주님 손으로 찢게 하시라고 알려 드릴 수 있었지요. 그리고 저도 공주님께 ⓒ 그리하는 것이 왕자님을 위하는 길이라고 공주님께 일러 드릴 수 있지 않았습니까?

호동 뭐, 자네가? 그런 말은 안 하지 않았는가?

부장 네, 안 했지요. 그러나 잘못한 일이옵니까?

호동 …….

부장 왕자님 몰래 공주님께 말씀 드리는 것이 좋다고 여겨져서 ⓓ 그리한 것입니다.

호동 오, 그래서…….

부장 무슨 일이 있었더랬습니까?

호동 북을 찢겠다면서, 이 일은 왕자님 뜻을 묻기 전에 자기가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자꾸 다짐하더군.

부장 열녀이십니다.

호동 큰 고구려의 왕자가 한 여자의 손을 빌려 싸움에 이기는 것을 부끄러워할까 봐 ⓔ 그랬던것이로군.

부장 열녀이십니다.

호동 ㉡그 열녀의 덕을 본 나는 무어가 되는가?

부장 영웅이십니다.

호동 여자 힘을 빌린 영웅이라.

-최인훈, 둥둥 낙랑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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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장’이 ‘호동’을 설득하는 전략에 가장 가까운 것은?

①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면서 상대방의 동정심에 호소한다.

② 인간의 약점을 일반화함으로써 자신의 약점을 합리화한다.

③ 대의명분과 상황의 불가피함을 내세워 행동을 정당화한다.

④ 사실을 왜곡하여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의 의구심을 해소한다.

⑤풍부한 경륜과 해박한 지식을 내세워 상대방의 공감을 유도한다.

[문제읽기를 통해] ‘부장’의 호동 설득 전략을 고르는 문제이다. 특히 모든 선택지는 두 개의 의미로 나누어 지는데 첫 번째 의미를 먼저 찾아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①번은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는지’, ②번은 ‘인간의 약점을 일반화하는지‘ ③번은 ’대의명분과 상황의 불가피함을 내세우는지’, ④번은 ‘사실을 왜곡하여 전달하는지’, ⑤번은 ‘풍부한 경륜과 해박한 지식을 내세우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지문읽기와 문제읽기를 통해] 정답은 ③번이다. 첫 번째 부장의 말에서 ‘어찌 할 수 없는 일’임을 강조함으로써 ‘상황의 불가피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네 번째 대사에서 ‘두 나라의 행복을 위해서, 두 분의 행복을 위해서 부탁하신 일’이라고 하였으니 ‘대의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그러므로 ‘대의명분과 상황의 불가피함을 내세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 것이 부장의 전략이었음을 알 수 있다.

2. ㉠에 들어갈 수 있는 속담은?

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

②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

③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격

④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

⑤ 자는 범 코침 주는 격

[문제읽기를 통해] 속담을 물어보는 문제이다. 각 선택지의 속담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지문에서 ㉠ 주변의 문맥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지문읽기와 문제읽기를 통해] 정답은 ②번이다. 지문의 ㉠을 보니 앞뒤에 ‘그것도 모르고 고구려군이 싸움을 벌였다면 적은 먼저 알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과 같았을 것이다’라고 나와 있다. 적이 미리 알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런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속담은 ②번밖에 없다. ‘불에 잘 타는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은 위험한 행동이므로 ㉠에 해당되는 속담이 된다.

3.연출가가 배우에게 ㉡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하도록 조언할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호동은 부장과 공주 사이에 어떤 비밀이 있었음을 눈치챘습니다. 이 비밀을 캐고자 하는 호동의 집요함이 드러나도록 해 봅시다.

② 호동은 공주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이로 인해 갈등하는 모습을 잘 표현해 보십시오.

③ 부장의 월권 행위에 대해 엄한 벌을 내리기 위해 호동은 상관으로서의 위엄을 보이려고 합니다. 호동의 위압적인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④ 호동은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된다는 자신의 신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호동의 당당한 모습을 마음껏 과시하도록 해 봅시다.

⑤ 부장이 공주와 호동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자 호동은 약간 우쭐해집니다. 이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호동이 약간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 정도로 표현해 보십시오.

[문제읽기를 통해] ㉡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것인데, 앞뒤 문맥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지문읽기와 문제읽기를 통해] 정답은 ②번이다. 호동은 [A]부분 바로 밑의 지문에서 ‘정말 잘한 일인지 어쩐지 모르겠군.’이라고 말하고 있고, 마지막 부분에서 ‘여자 힘을 빌린 영웅이라’하며 씁쓸하게 혼잣말을 한다. 이런 상황으로 보아 ‘죄의식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큰 고구려의 왕자가 한 여자의 손을 빌려 싸움에 이기는 것을 부끄러워할까봐 그랬던 것이군.’ 이라는 대사에서는 공주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한 의도를 보인다. ㉡은 이로 인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4.[A] 부분을 재구성하여 무대에 올리고자 한다. <보기>에 제시된 선생님의 주문에서 벗어난 것은?

---------------------------------<보기>-----------------------------------

선생님:여러분도 보다시피 [A] 부분은 연극의 대사치곤 조금 긴 편이지요? 과거의 사건을 정리하여 관객에게 설명하다 보니 다소 장황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A] 부분을 ‘연극 속의 연극’으로 바꾸어 다시 꾸며 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장면을 좀 더 생생하게 관객에게 보여 줄 수 있겠지요? 단, 본문의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합시다. 자, 각자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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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공주를 직접 등장시킬 수 있어요. 평화 교섭을 위해 낙랑을 찾아간 호동이 공주와 만나는 장면을 삽입하면 관객들이 공주의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고, 사건의 내막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②첫 대목에서는 조명을 서서히 어둡게 하여 극 중 사건이 과거로 옮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면 어떨까요?

③부장이 늘 호동 곁에 등장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게 좋겠어요. 부장의 극 중 역할이 제일 중요하므로 부장의 심리를 잘 드러내야 합니다.

④극이 진행되는 배경이 고구려에서 낙랑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무대 장치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은 무리니까, 대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작품을 고쳐야겠습니다.

⑤왕비가 자명고의 비밀을 말해 주지 않았다는 내용은 공주와 호동 사이의 대사로 처리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 왕비를 무대에 등장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읽기를 통해] ‘일치 / 불일치’를 물어보는 유형의 문제이다. [A]부분을 재구성하여 무대에 올린다는 것인데 <보기>에 제시된 주문대로 해야 하므로 <보기>가 중요하다. <보기>를 보면 ‘연극 속의 연극’이라고 하여 두 사람의 대화를 바탕으로 대사에 나온 상황을 재구성하라는 의도이다.

[지문읽기와 문제읽기를 통해] 정답은 ③번이다. ①은 ‘왕자님을 그렇게 따르시게 된 공주께서 그 이야기를 하시더라는 말씀을 왕자님께 들었을 때처럼’이란 말을 보면, 호동이 공주를 만났음을 알 수 있다. ②번은 부장이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극중 사건이 과거로 옮겨지는 것이 타당하다. ④는 부장의 대화가 낙랑에 방문했을 때이니 적합하다. ⑤는 ‘공주께서 그 이야기를 하시더라는 말씀’이 바로 왕비와 관련된 말이니 굳이 왕비가 무대에 나올 필요가 없다.

③이 답이 되는 이유는, 부장의 역할이 극중 제일 중요하지도 않고, 또한 ‘왕자님께 들었을 때처럼’이라는 대사로 알 수 있듯이 호동 곁에 늘 함께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5. ⓐ~ⓔ 중, 사전적 의미가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문제읽기를 통해] 사전적 의미를 물어보는 문제이기에 즉시 풀이할 수 있다.

[지문읽기와 문제읽기를 통해] 정답은 ①번 ⓐ이다. 왜냐하면 ⓑ~ⓔ의 ‘그러하다’는 무언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의 ‘그리하는’이 지칭하는 행동은 앞 문장의 ‘북을 공주님 손으로 찢는’ 행동이 된다.

반면 ⓐ는 단순히 대답을 한 것으로써 ‘그렇습니다(=yes)’의 뜻이다.

< 논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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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언어는 먼 옛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대로 이어져 왔을까? 문명의 발달로 타임 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나는 여행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지현 : 뭐 하세요? 쓰지도 못하는 지푸라기를 가지고 왜 장난하세요?

조상 :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끼 꼬는 것도 모르다니 참 어리구나!

지현 : 제가 어리다구요? 전 타임머신을 운전할 수 있을 만큼 컸어요!

조상 : ?

조상이 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을까? 그것은 ‘지현’과 ‘조상’이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썼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어리다’가 ‘어리석다’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에 지현이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조상도 ‘타임 머신’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느낀 지현이는 다시 타임 머신을 타고 현재로 돌아왔을 것이다.

- 중학교 <생활 국어2-1>

(나)

우리말에는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관습적으로 오랫동안 쓰이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된 말도 있다. 다음 예를 보자.

물 끓듯 하다, 물샐틈없다, 물에 빠진 생쥐, 물을 끼얹은 듯, 물 찬 제비, 물 위의 기름, 엎지른 물

‘물 끓듯 하다’는 ‘물이 끓는다.’라는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여러 사람이 몹시 술렁거리는 모양’을 뜻하며, ‘물에 빠진 생쥐’도 본래 의미와는 달리 ‘물에 흠뻑 젖은 모습’을 뜻한다.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표현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굳어진 말이다. 우리말에는 이러한 말이 매우 많은데, 이를 ‘관용어’라고 한다.

- 중학교 <생활 국어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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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와 (나)에서 각각 지적하고 있는 언어의 특징이 무엇인지 설명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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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터넷 사용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말들이 급격하게 많이 생겨났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말을 그 뜻과 함께 말하고,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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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력 tip]

1.‘살을 에이는 추위’가 맞아요? ‘살을 에는 추위’가 맞아요?

-‘살을 에는 추위’가 맞습니다. 동사 ‘에다’는 ‘① 칼 따위로 도려내듯 베다 ② 마음을 몹시 아프게 하다’의 뜻으로서 ‘바람이 코끝을 에어 낼 것처럼 분다’에 쓰입니다. 잘못 쓰인 표현인 ‘에이다’는 ‘에다’의 피동사입니다.

2.‘외국진출을 탐색하다’가 맞아요? ‘외국진출을 모색하다’가 맞아요?

-‘외국진출을 모색하다’가 맞습니다. 명사 ‘모색’은 ‘일이나 사건 따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실마리를 더듬어 찾음’의 뜻으로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다’에 쓰입니다. 한편 ‘탐색’은 ‘드러나지 않은 사물이나 현상 따위를 찾거나 살피다’의 뜻으로서 ‘달 표면 탐색, 유적지 탐색’ 등에 쓰입니다.

3.‘쌀을 앉히다’가 맞아요? ‘쌀을 안치다’가 맞아요?

-‘쌀을 안치다’가 맞습니다, 동사 ‘안치다’는 ‘음식의 재료를 솥이나 냄비 따위에 넣고 불 위에 올리다’의 뜻으로서, ‘시루에 떡을 안치다’에 쓰입니다. 잘못된 표현인 ‘앉히다’는 ‘앉다’의 사동사로서 ‘앉게 하다’의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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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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