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싫어하는 아이, 문제는 영어가 아닐 수 있다

그 동안 칼럼에서 엄마와 교사들이 알아야 할 필요한 교수법이나 적절한 대처방법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간혹 그 어떠한 것도 통하지 않는 아이가 가끔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가 없다. 이럴 때 부모나 교사가 좌절을 느끼곤 한다.

필자 역시 그런 분들이 원인을 찾기 힘들다며 상담을 요청받을 때가 종종 있다. 사례를 보면서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첫 번째 예로 8세 남자아이는 수업시간에 늘 모든 것에 관심이 없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은 물론, 옆 친구도 공부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해 담당강사가 어려워하며 상담을 요청했다. 필자는 우선 아이의 상황 속에서 문제점과 심리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대화를 했다. 그러나 아이는 거의 대화를 하려하지 않고 모든 질문에 “그냥요”라고 간단히 말하거나 계속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대화로 알아낸 것은 8살짜리 남자아이가 아이가 너무 피곤해 한다는 것이다.

아이와 대화를 마치고 아이 엄마와 상담시간을 잡아 대화를 해보았지만 의외로 크게 문제라고 생각될 상황은 없어보였다.

아이가 피곤을 느끼는 정도로 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여기저기 학원을 다니는 듯 했으나, 엄마에게 확인한 결과 아이의 스케줄은 아이가 보이는 반응에 비해 그다지 벅차다고 볼 수 없었다. 원인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빠의 약간 거친 행동과 대화법에 상처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엄마 또한 아이의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행동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필자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고 필자와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다. 필자의 방법은 대체로 아이의 상황, 기분, 원하는 것 등을 가볍게 묻기만 한 것. 그렇게 질문을 결정한 것은 평소 아이가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를 말하지 않고 마음에만 담아 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 보통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런 필자의 노력에 다행히도(?) 아이는 간간이 웃음을 내보였다.

얼마 전 어린이날 기념으로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기 위해 ‘Market Day(원하는 품목들을 구입하는 형식의 영어마을)’를 열었었다. 이 날 일부러 아이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기 위해 잠시 불렀다. 아이는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뒤따랐다. “우리 OO는 뭐 샀어?”라는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급하게 가방에서 주섬주섬 Market에서 구입한 것들을 꺼내며 약간 흥분한 듯이 종알거리며 필자에게 설명을 했다. 누군가 자신이 무엇을 샀는지 물어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쉴새없이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며 필자는 눈물이 핑돌았다.

그 동안 아이와의 대화에서 더 알아낸 것은 아주 어린 동생이 있는데 엄마, 아빠는 동생만 예뻐한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원인은 바로 이거였다.

필자는 아이에게 물었다. “그럼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 “아니요.” “그럼 엄마가 우리 OO하고만 놀아주고 동생은 그냥 울게 뒀으면 좋겠어?” “아니요.”

필자는 설명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동생이 우리 OO처럼 클 때까지는 엄마가 OO를 아기때처럼 못 돌봐줄 것 같아. 우리 OO가 클 때 엄마가 OO만 돌봤던 것 생각 안나지? 엄마는 지금 OO의 도움이 필요할 때야. 아기 때문에 많이 힘드시거든. 회사도 다니셔야하고. 큰 아들이 힘든 엄마를 이해해주고 도와줄 수는 없을까?” “할 수 있어요.” 이 대화를 한 날 이후 아이는 달라졌다.

어른들이 생각하기에는 이유랄것도 없는 의외의 이유지만 어린 7세 아이의 마음은 아팠고 속앓이를 했다. 그것이 이제 겨우 8세인 아이의 학습의욕과 학습능력을 떨어뜨렸던 것이었다.

상황은 도미노다.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아이는 작은 말썽들을 부리기 시작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아빠는 엄하게 다스렸다. 엄마는 둘째아이와 회사일로 힘들어하며 아이의 마음을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해결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이의 교육에서 몇 가지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게 생기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이 예민한 아이는 아마 아주 오랫동안 내면의 세계에 갇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김선경 EST어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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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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