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공주대 이해준 교수 인터뷰

공주대 사학과 이해준 교수가 충남의 대표적‘문화브랜드’인 기호유교를 현대에 맞게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주대 사학과 이해준 교수가 충남의 대표적‘문화브랜드’인 기호유교를 현대에 맞게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청도’하면 ‘양반’을 떠올릴 만큼 우리 지역과 양반문화는 밀접한 관계다. 이를 잘 활용할 경우 경북유교문화단지와 같이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충남의 대표적 ‘문화브랜드’인 기호유교를 현대에 맞게 활용할 방안에 대해 공주대 사학과 이해준 교수에게 들어봤다.

- 기호유교를 현대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기호유학의 특징을 대중에 정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유교에 부정적 인식이 많다. 양반이 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양반과 선비의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나쁜 이미지만 확대 생산했기 때문이다. 양반은 참된 인간을 추구하고 어질고 의로운 덕을 실현하는 주체였다. 다시 말해 조선은 양반이 없어서 나라가 망한 것이지 양반 때문에 망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기호유학자들은 임진왜란 이후 혼란한 조선 사회를 안정시켰다. 우암 송시열 선생 등 기호유학자들은 지식인으로서 당면한 현실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문을 했다. 충청도 양반은 결코 점잖고 뒤로 빼는 모습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한다.

예학(禮學)도 마찬가지다. 예학은 사회를 지키는 큰 룰이나 사회정의를 이야기한 학문이다. 제사나 지내려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 우선 이런 부정적 인식을 전환할 계기가 필요하다.”

- 경북유교문화권 개발 등으로 유교가 재조명 받고 있다. 기호유교 연구의 문제는 없나.

“제일 시급한 일은 기호유교문화 자체의 원형적인 콘텐츠를 찾아서 특성화하는 것이다. 기호유교라는 범주로 묶더라도 논산, 서천 등 지역마다, 서원마다, 학파마다 특징이 다른데 그 특징들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예컨대 기호유학의 대표적 유적인 돈암서원의 경우도 건물을 보존하는 게 하나의 영역이라면 서원이 가진 정신적 특징과 인물의 사상을 어떻게 현대생활에 접목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유교 전통이라고 투호나 던지고 떡이나 치는 일회성 행사를 여는데, 이를 보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객들이 모여 문화재 전문가에 해설이나 듣고, 대학생들이 서원을 빌려 세미나 한번 하는 것이 현대적인 활용이 아니다. 이들은 단지 숙소 대신 찾아왔을 뿐이다. 하드웨어에 집중할 경우 이런 폐단이 일어날 수 있다. 경북유교문화 단지의 경우 외형에 집중한 개발로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 기호유교의 현대적 활용,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나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충남의 경우 기호유교문화자원에 대한 기초조사 조차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서원에 보관되거나 각 문중, 일반 가정의 고문서들 하나하나가 소프트웨어가 될 수 있다. 이게 바로 알찬 콘텐츠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드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우선은 이런 자료를 찾아 조사와 정리를 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일반인들이 기호유교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내용물도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일반인들이 기호유교에 관심이 있어도 읽을 수 있는 책 하나가 없다.”

- 관광자원으로 활용 방안은?

“관광 쪽으로 치중할 경우, 자칫 유교문화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 관광업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깊은 고민 없이 관광 산업화 할 경우 기호유교를 전승하는 게 아닌 관광에 유교를 끼워 맞추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선비정신과 인본사상 같은 유교문화가 가진 근본적인 가치를 알리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더 나아가 개별 유적들이 갖는 특징을 살려서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

예컨대 돈암서원의 경우 응도당(凝道堂)을 이용해 대형 토론회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원에서 현대 사회이슈인 환경, 정치, 여성문제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관광과 함께 기호유교의 특징이 현대에 계승이 되는 것이다. 현실 참여적인 기호유교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다.

또 대학교수가 정년퇴임 후 서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인문학 학술 세미나를 호텔에서 할 것이 아니라 서원에서 하는 여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관광화할 때 기호유교의 정신이 제대로 전승되는 것이다.

또 현재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과 정신문화의 황폐화 등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호유교를 활용하는 식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서 해야 할 일은?

“일단 정부나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문화권 개발 과정에서 유적지를 성역화하고 문중 중심으로 이끌어 가는 식은 지양해야 한다.

아울러 수요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 학생들이 관심을 둘만한 유적을 찾아내는 식이다. 여성의 경우 종가집 안채에 가면 흥미를 가질만한 컨텐츠가 많다. 학생들에게는 공자, 맹자 등 고루한 이야기가 아니라 옛날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을 지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다.

유적과 그곳에 살았던 과거 인물의 일화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할 자료를 만들어내야 일반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개별 유적이 갖는 독특한 문화를 특화시킬 연구도 필요하다. 서원, 향교마다 교육방식이 다 달랐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기호유교가 다른 지역 유교와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작업 자체가 관광자원화다.”

박병준 기자 joonzx@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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