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의 금메달

제15보(231-280) 천운의 금메달

종반으로 향하면서 한국의 검토진들은 열심히 계가를 해보았지만 매우 애를 태우고 있었다. 흑이 4귀생하고 있지만 좌변 백이 상당히 크고 여기저기 보가가 있는 데다 두터움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검토실에서는 아무리 계가를 해보아도 흑이 덤을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 더구나 덤이 7집반이나 되므로 정상적으로는 흑이 반집승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차곡차곡 한 수씩 반면의 빈 공간이 채워지면서 일말의 희망도 절망으로 그 색깔을 바꾸고 있었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갑자기 ‘흑 반집승’이라는 급보가 타전되어 왔다. 아마추어 같으면 무조건 좋아라고 할지 모르지만 형세판단을 꾸준히 하고 있던 프로들에게는 오히려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오보일까? 그러나 이 의구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식 보도가 나오면서 해명이 되었다.

전말은 이렇다. 중국의 씨에허 7단이 너무도 긴장한 나머지 자신의 차례를 잊고 도무지 착점을 하지 않자, 동료인 송용혜 5단이 시간패 당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자신이 착점하는 바람에 벌점 2집을 당하여 결국 흑에게 역전 반집승을 헌납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상적으로 두었으면 거꾸로 백이 1집반을 이겼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송 5단은 대국장을 나서면서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고 씨에허 7단은 말없이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으로서는 천운의 금메달이라고 할 수밖에. (75 80=▲ 78=72)

280수 끝, 흑 반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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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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