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부림을 즐기다

제3보(24-32) 몸부림을 즐기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녀 바둑팀이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다. 특히 남자팀은 중국에 이어 대만까지 강적들을 연파하고 4연승을 올려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팀과의 대결에서 유일하게 패점을 기록하면서 머쓱했던지 “내가 져야 우리 팀이 경각심을 가진다”고 농담을 했던 이세돌 9단도 대만의 강자인 천스위엔(陳詩淵) 8단을 불계로 꺾으면서 서서히 전력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백24는 초반 포석상 마지막 남은 요처. 이때 흑25가 다소 미흡한 착상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 검토실의 전반적인 감상이었다. 이 수로는 가장 알기 쉽게 좌하귀에 <참고도> 흑1의 모자 삭감이 가장 무난했다는 것이다. 백2로 하변을 지키는 것이 보통인데, 흑3, 5 상용의 맥 수순으로 이하 9까지 선수한 다음 흑11 혹은 a로 틀을 잡으면 되는 것이다.

백26의 두 칸이 하변과 중앙을 아우르는 멋진 점이 되어서는 다음 흑의 착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흑27로 붙였지만 백28로 다가선 수로 흑은 초반부터 숨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흑29로 젖혀놓고 31로 붙여 안간힘을 썼지만 백은 32로 늘어 오히려 느긋해하며 상대의 몸부림을 즐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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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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