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경찰서에서 전투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이근동(21) 상경은 일과가 끝나 어두워져도 할 일이 또 있다. 전경으로서 일을 끝내도 인근 야학의 영어선생님으로 나가 두 시간동안 학생과 주민들을 가르치는 게 그의 또다른 야간일과이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해외거주한 경험 덕에 영어회화의 달인이 된 이 상경은 지난달 25일 개강한 단양야학 영어카페 교사로 주민 학습지원 봉사에 나서 매주 화·수·목요일 단양군농업기술센터 별관 2층에서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단양지역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변변한 학원 하나 없는 농촌지역에서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이 상경의 등장은 농촌 학생들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수업 중 모든 대화를 영어로만 하면서 청소년들의 영어실력을 키워준다.

아버지인 이동숙(59) 케냐 공사를 따라 미국과 포르투갈 등지에서 11년을 지낸 이 상경은 홍익대학교 영문학과 재학 중 군에 입대해 지난해 9월 단양경찰서에 배치됐다.

지역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경찰 활동을 고민하던 단양경찰서가 이 상경의 파견을 제안했고 교사가 부족했던 단양야학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이 상경의 영어카페가 신설됐다.

이 상경은 “군 생활을 하면서 동생같은 제자를 둘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모두들 영어를 배우는데 열심인 게 나에게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단양=이상진 기자 chosang4532@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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