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임금·인사제도 본점과 차별대우 철폐” 요구 사 “지역민 채용·사회환원 줄어 입지위축” 반대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직원들이 본점과의 인사 및 임금제도 통합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하나은행 노조는 지난 8일 오후 대전역 광장에서 조합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통합완수를 위한 결사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출신 및 제도 차별 철폐와 기업문화 쇄신 등을 요구했다.

하나은행 노조에 따르면 지난 98년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인수, 합병하면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가 출범했지만, 독립적인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갖고 분리 경영됨에 따라 충청사업본부 직원들은 그동안 본점 직원들과 임금 및 인사제도에 있어서 차별을 받아왔다는 것.

이에 따라 하나은행 노사는 수년 전부터 충청사업본부 통합을 논의했고, 지난해에는 충청사업본부 통합과 관련한 TF팀 구성을 합의했음에 사측에서 통합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노조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직원은 “우리는 충청은행으로 입사를 한 게 아니라 하나은행으로 입사했는데, 충청사업본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충청사업본부 직원이 아닌 하나은행 직원으로 떳떳하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충청사업본부 직원들은 그동안 본점 및 타 지역본부 직원들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아 온 것은 물론 수습 기간도 본점에 비해 6개월-1년 정도 길며, 결혼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도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불가능했다.

김창근 전국금융산업노조 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은 “충청사업본부는 본점이나 타 지역 사업본부보다 업무의 강도는 세면서 임금이나 인사에 있어서 차별을 받아왔다”며 “통합은 돈을 조금 더 받자고 하는 게 아니라 충청사업본부 직원들도 하나은행 직원이라는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충청사업본부는 본점과 인사권 및 예산권 등이 통합될 경우 그동안 쌓아온 지역 대표 은행으로서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자적인 인사권으로 매년 수십 명의 충청지역 대학 출신 인재를 선발하던 것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예산권을 상실할 경우 각종 지역 환원사업의 축소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충청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지역 대학에서의 채용과 환원사업 등이 줄면 그만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어려워지게 된다”며 “당장 이달로 예정돼 있는 대전시금고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충청지역에서 1500여명(콜센터 750명 포함)의 사원을 선발했으며 대전·충청지역의 문화, 복지, 경제 향상 등을 위해 1105억 원을 후원했다.

이에 따라 충청사업본부에선 통합 대신 본점과의 인사교류 확대 및 임금인상을 약속하고 나섰다.

박종덕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는 최근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가사생활 및 육아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인사이동과 차별적인 급여수준을 해소해 충청사업본부 직원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는 저를 포함한 임원 모두가 사직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종구 기자 sunfl19@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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