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면직 역사 800년 앞당겨

14세기 후반 고려의 학자 문익점에게서 시작됐다는 한국 면직 역사가 무려 800년이나 앞당겨졌다.

국립부여박물관은 최근 부여 능산리 절터 출토 유물 기획 전시을 위해 유물을 정리 분석하는 과정에서 1999년 능산리 절터 제6차 조사 때 수습한 직물(폭 2㎝, 길이 약 12㎝)이 백제시대 면직물임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부여박물관이 한국전통문화학교 심연옥·정용재 교수팀과 함께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종단면을 관찰한 결과 면 섬유의 특징이 뚜렷이 관찰됐다. 이 직물이 목화에서 실을 뽑아 직조됐음이 증명된 것이다.

그간 국내 면직물 역사의 시초는 고려시대 문익점이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면서 목화를 가져온 시점으로 알려져왔다. 이 때부터 면직물로 의복을 지어입기 시작했다고 역사 교과서에도 기록돼 있다.

또한 실물을 통해 확인된 국내 최고(最古) 면직물은 안동 태사자 묘에서 출토된 흑피화(검정 소가죽으로 만든 장화)의 안쪽에 붙은 직물이 꼽혔다. 이 흑피화의 제작 시기는 고려 말 공민왕 때로 추정됐다.

하지만 능산리 절터 서쪽 돌다리의 백제시대 유적 층에서 출토된 이번 면직물이 확인됨으로써 한국 면직물 역사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이 면직물은 같은 층위에서 567년 백제 창왕 때 제작한 이른바 ’창왕명 사리감’이 발견된 점을 고려할 때, 문익점보다 무려 800년을 앞서는 국내 최고 면직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면직물은 고대의 일반적인 직물 직조법과는 달리 강한 꼬임의 위사(緯絲·날줄)를 사용한 독특한 직조방식의 직물로 밝혀졌으며, 중국에서도 아직 그 예가 보고된 바 없다.

이번 조사성과는 오는 10월 부여박물관이 개최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정식 보고될 예정이며, 해당 면직물은 부여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백제 중흥을 꿈꾸다 -능산리사지’ 특별전에서 전시 중이다.

한남수 기자 han6112@daejonilbo.com

김수영 기자 swimk@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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