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8표·거소투표·이중당적 등 문제 속출

6·2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법적·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인 8표제의 생소한 투표 방식은 물론 거소투표(居所投票)로 인한 부정행위, 교육감 후보 이름 기입 순서의 제비뽑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파행, 이중당적으로 후보 등록 무효 속출, 선거운동의 문제 등 혼선과 뒷말이 많아 공직선거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비례대표, 교육감, 교육의원 등 유궈자 1명이 모두 8명을 뽑아야 하는 이번 지방선거는 후보자가 너무 많아 그 면면을 제대로 살피기 어렵다는 문제가 선거기간 내내 제기돼 왔다.

선거 당일에도 투표 과정에서 실수가 속출했고, 광역·기초의원과 교육의원 투표에서는 후보 난립과 낮은 인지도 등으로 ‘묻지마’ 투표를 하거나 아예 기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일부 유권자는 메모지에 후보자 이름을 적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대전 서구 내동에 거주하는 김현경(36)씨는 “선거 때 마다 꼭 투표를 하는데 이번 지방선거는 후보자가 너무 많아 누굴 찍어야 할지 고민했다”며 “8명을 뽑아야 하기에 뽑을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해 메모지에 찍을 사람을 적은 뒤 투표했다”고 말했다.

지역의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 선거가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면서 무관심 속에 진행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투표용지의 후보 이름 기입 순서를 제비뽑기 식으로 정하게 해 ‘로또 교육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풀뿌리 자치의 근간인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정당에 휘둘렸다. 억대의 현금이 오가는 공천제는 물론 후보 선출과정도 정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진정한 자치일꾼 선출기회를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거동이 불편해 집이나 병원 등 거소지에서 투표하고 이를 우편으로 발송하는 거소투표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

충남 청양에서 거소 투표자의 일부가 투표용지를 본적도 없는 경우는 물론 가족이나 요양사에게 투표를 맡겼다고 응답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행안부는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거소투표 부정 논란을 없애고자 거소투표자 신청을 할 때 지역 선관위의 확인을 받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이중당적으로 인한 후보 등록 무효와 유권자 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전에서만 3명의 후보가 이중으로 당적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선거 직전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는가 하면 이로 인해 유권자의 혼란도 가중됐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선 선관위가 직접 ‘이중당적’의 이유로 후보 등록을 무효화시킨 정당까지 투표용지에 버젓이 들어가 무효표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전 기초의회 비례대표 선거의 무효표가 1600표-2360표였으나, 서구의회 비례대표 선거의 무효표는 20배가 넘는 5만표나 됐다.

예비후보 제도가 너무 길어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신인의 선거운동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지만,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경우 2월2일, 기초자치단체장은 2월 19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사실상의 선거운동 기간이 길게는 4개월이나 되면서 선거혼란을 부추기고 유권자들을 피로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대전시·충남도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일부를 정비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며 “이번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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