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없는 사회를 만들자-온라인 게임중독

건양대병원 정신과 김지웅 교수

<약력>

-연세의대 졸업

-연세대 의학박사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대한 정신약물학회 평생회원

-대한 뇌기능매핑학회 정회원

-2007년 제1회 대전시 의사회 학술상 수상

-2010년 Marquis Who`s Who 세계인명사전 등재

-현 건양대학교병원 정신과 과장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최근 내린 눈과 영하의 추운 날씨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외출을 꺼리며 집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에 파묻혀 지내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게임에 빠져버린 학생들은 자칫 잘못하면 다른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방학기간 중에 우리의 자녀들은 과연 정신적으로 건강한지를 반드시 점검해보고, 개학을 해서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건양대학교병원 정신과 김지웅 교수의 도움말로 게임중독의 증세와 치료에 대하여 알아본다.

◇게임·인터넷 중독=게임중독의 포괄적인 의미인 ‘인터넷 중독’을 다른 말로 하면, ‘병적 컴퓨터 사용 장애’라고도 한다. 게임중독은 사이버 주식 중독, 사이버 섹스 중독, 채팅 중독, 사이버 게임 중독 등으로 세분할 수 있겠다. 특히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남학생의 경우에는 ‘사이버 게임 중독’이고 여학생의 경우에는 ‘채팅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문제로 소아·청소년 정신과를 찾는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대부분이 방학동안에 인터넷에 중독되어 있다가 개학을 하면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이런 아이들은 서로 다른 원인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공통적으로는 결국 ‘인터넷 게임’ 혹은 ‘채팅’이라는 가상현실의 공간으로 도피함으로써 생겨나는 학업 저하나 부모와의 관계 단절, 대인관계 기피 등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인터넷 중독이라는 병명은 1994년경에 등장했는데 아직 정확한 진단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은 정신질환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인터넷 중독의 원인들을 살펴보면, 의사소통의 장애에서 기인한다는 설과 관음증적-노출증적 질환의 변형이라는 설, 그리고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으로 보는 견해 및 우울증의 일종으로 보려는 관점도 있다.

◇게임중독의 징후 및 특징=사이버 게임 중독은 주로 청소년기의 남학생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흔히 ‘게임’에 빠져서 성적이 저하되고, 부모와 다투고, 급기야는 가출과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로 발전한다. 이것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징후들은 다음과 같다.

▲학교에서도 자고, 집에서도 계속 피곤해 하는 등 지나친 피로증세를 보인다 ▲성적이 떨어진다 ▲게임 이외의 다른 취미활동을 점차 하지 않는다 ▲가까운 친구와 멀어지고, 가상의 인터넷 친구나 게임 패밀리와 친하다 ▲학교와 집에서 반항과 불복종이 나타난다.

이러한 징후를 가진 아이들이 중독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주로 3단계로 나뉘어진다. 제1단계로는 우선 ‘인터넷에 입문하는 단계’로 처음으로 인터넷에 접하며 자신의 관심을 끄는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가는 단계이다.

제2단계는 ‘인터넷을 통한 대리만족의 단계’로 현실에서 찾을 수 없었던 즐거움을 인터넷에서 찾게된다. 게임을 통해 자신의 공격성을 발산하고, 학교에서 얻지 못했던 지위(게임의 고수 등)를 얻기도 하고, 자극적인 화면을 통해서 지루한 학교 공부에서 얻을 수 없는 해방감 등을 만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제3단계는 ‘현실 탈출의 단계’로써 늘 대리 만족을 얻기 위해서 더 자주, 더 오래 인터넷에 빠져들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해 있으면서 평화롭고 행복감을 느끼게 되며, 현실에서의 괴로움이나 외로움 등을 잊게 되곤 한다. 점점 현실생활에서 해야 할 일, 즉 공부나 부모와의 대화, 친구들과의 직접교제 등은 인터넷의 가상현실에 밀려나서 무시된다.

◇예방 및 치료=이러한 게임중독에 대해서 현재로는 뚜렷한 치료방법이 정립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문제점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제한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들의 무조건적인 강압보다는 다른 활동을 함으로써 컴퓨터 사용시간을 조금씩 줄어들게 해야 한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에 사람들을 만나게 해서 대화를 나누게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이때 운동은 수영처럼 배우면서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운동이 바람직하다.

또한 컴퓨터의 환경을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컴퓨터에 깔려있는 게임을 모두 지우고, 게임CD나 게임잡지도 아까워하지 말고 모두 버린다.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메일검색은 일정기간에 한번씩 하도록 한다. 메일을 검색한다는 그럴듯한 핑계로 컴퓨터를 켰다가 아예 눌러 앉을 수가 있다. 컴퓨터를 거실로 옮겨 온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것도 컴퓨터를 자제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김지웅 교수는 “부모들은 필요하다면 컴퓨터 사용시간을 제한하고 아이들에게 가족끼리의 여행이나 운동 및 다른 취미생활을 통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며 “무엇보다 이러한 증세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서 그 원인을 찾고, 적절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게임대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유익한 것들을 찾을 수 있도록 이번 방학에는 독서, 운동, 명상, 산책, 대화, 공부, 등산 등을 가족들끼리 함께 해보자.

김형석 기자 blade3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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