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장에서 변화를 즐기려면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을 하며 산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목적지에 가는데 어느 코스로 갈까, 이 옷이 좋을까 저 옷이 좋을까 ….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선택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선택을 하기까지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넛지(Nudge).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팔꿈치로 찌르다’는 뜻으로, 이 책에서는 행동특성을 이용해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특정한 선택을 하도록 넌지시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깊은 배려를 기반으로 하는 동양적 우회화법과 일맥상통한다. 그럼 이 책은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지 살펴보자.

#남자용 화장실의 파리 한 마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남자 소변기 중앙 부분에는 파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대개 남자들은 볼일을 볼 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변기 주변이 더러워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눈앞에 목표물이 있으면 거기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히 변기 가운데 맞출 확률도 높아진다.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경제학자 키붐(Kieboom)은 공항 건물 확장공사를 감독했는데, 그의 팀원들은 이 파리 그림이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80%나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만일 사람들에게 “소변을 밖으로 흘리지 마세요!”와 같은 직접적인 표현을 썼다면 이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이처럼 넛지는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또 무분별한 자유주의를 표방하지 않으면서 자유주의적 개입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생존율 90%와 사망률 10%

심각한 심장병에 걸려 의사가 어려운 수술을 권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연히 생존 가능성이 궁금할 것이다.

의사가 “이 수술을 받은 100명 가운데 90명이 5년 후에도 살아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사실(Fact)을 특정한 방식으로 제시한다면 다소 위안이 되고 수술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번에는 의사가 말한다.

“이 수술을 받은 100명 가운데 10명이 5년 안에 사망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아 수술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넛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위의 예에서와 같이 넛지는 기업 현장에서 변화관리에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원들은 저항감을 갖게 되고, 변화라는 장애물을 피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돌아간다. 변화를 수용하게 만든다는 것은 이 저항감을 제거해 주는 것이고,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이 넛지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도구가 그렇듯 넛지도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좋게, 또는 나쁘게 쓰일 수도 있다. 설계자가 악의적인 의도로 넛지를 활용한다면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해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이처럼 넛지는 어떤 의도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리더가 바른 신념과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갖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영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리더의 인격과 도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김종희<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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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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