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 길 굽이쳐 달려온 그곳… 江은 새로운 삶을 꿈꾼다

①1965년 동백정 낙성식 장면. 동백정은 지금 신성리 갈대밭, 춘장대 해수욕장과 함께 서천 최고의 관광지다. ②1940년대 장항극장 앞 풍경. 수많은 일본군이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당시 서천군 장항읍은 군산과 함께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쌀 수출항이었다. ③1955년 장항제련소를 시찰하는 이승만 대통령. 구리와 금을 생산하던 제련소는 주변 땅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동파이프 생산 공장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④1960년대 장항항 공사현장. 1937년 완공된 장항항은 일제의 미곡 수탈과 근대 공업화 과정에서 급속하게 팽창했으나 이후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①1965년 동백정 낙성식 장면. 동백정은 지금 신성리 갈대밭, 춘장대 해수욕장과 함께 서천 최고의 관광지다. ②1940년대 장항극장 앞 풍경. 수많은 일본군이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당시 서천군 장항읍은 군산과 함께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쌀 수출항이었다. ③1955년 장항제련소를 시찰하는 이승만 대통령. 구리와 금을 생산하던 제련소는 주변 땅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동파이프 생산 공장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④1960년대 장항항 공사현장. 1937년 완공된 장항항은 일제의 미곡 수탈과 근대 공업화 과정에서 급속하게 팽창했으나 이후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금강의 물길과 역사, 문화, 생태는 물론 금강에서의 삶의 모습까지도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금강의 어제와 오늘전’ 서천군 전시회가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서천군 문예의 전당(구 군민회관)에서 열린다. 금산, 청양, 논산, 부여에 이어 다섯 번째 순회 전시회.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서부터 천리 길을 달려온 비단물길이 고단한 여정을 마무리하는 서천군의 금강을 탐색하는 한편 주요 전시 작품을 소개한다.

서천군의 금강은 융합의 강이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해 굽이굽이 천리길을 달려온 금강이 서해라는 바다를 만나 고단한 여정을 마무리 하고 새롭게 탄생하는 곳이 바로 서천이다.

그러나 금강은 서해바다를 목전에 두고 금강하굿둑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금강하굿둑이 건설된 뒤 금강의 물줄기는 서해의 장항갯벌로 가는 게 아니라 군산산업단지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강 하구의 생태계가 많이 바뀌었다.

금강 하류의 생태복원을 감안할 때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은 서천군의 금강 하구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천군은 그동안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해 ‘어메니티 서천’이라는 지역발전 브랜드를 강조해 왔고, 국제적인 생태환경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금강하구를 끼고 있는 서천군 장항읍은 일제의 금강을 통한 미곡 수탈 과정을 거치며 급속히 확장된 도시다.

장항읍은 1931년 장항선 개통, 1937년 장항항 완성으로 1938년에는 장항읍으로 승격됐다. 같은 해 읍으로 승격된 도시가 현재의 광주광역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서천군의 발전 속도를 짐작할 만하다.

서천군의 금강 지류는 모두 7개다. 서천 최대의 금강 지류인 길산천(23㎞)은 문산면 금복리 원진산에서 발원해 서천군의 중앙을 관통, 화양면 망월리로 유입한다. 내동천과 석마천 등 5개의 소지류를 거느리고 있는 길산천이 충적평야인 길산평야를 만들었다.

부여군 충화면 청남리에서 발원한 서사천은 길이 14㎞로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에서 금강에 유입된다. 부여군의 경계를 이루며 상류에는 복심저수지가 있어 남북으로 긴 나교평야를 관개한다.

또 마산면 마명리 월명산에서 발원하는 길상천은 화양면 죽산리에서 금강과 합류하고, 이밖에도 완포천과 옥포천, 송내천, 원수천 등도 금강으로 유입된다.

많은 지류와 함께 서천군의 금강 곳곳에는 관광 명소가 산재해 있다.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담수호(금강호)에는 매년 가창오리, 청둥오리를 비롯해 기러기, 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등 각종 희귀 철새 40여 종, 수십만 마리가 날아와 장관을 이룬다. 근처에는 철새조망대가 있어 금강 일대의 철새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고 조류공원, 철새신체 탐험관, 부화 체험관 등 철새 생태교육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한산면의 신성리 갈대밭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 갈대 7선’으로 꼽힌다. 각종 교육기관의 자연학습장으로 전국 사진작가들의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1990년 홍수예방과 용수공급을 목적으로 1010억원을 투입해 건설된 금강하굿둑은 금강 하구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더 이상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서 형성되는 광범위한 기수역이 존재하지 않는 금강하구가 돼버린 것이다.

방조제 길이만 1841m의 금강하굿둑은 연간 3억6000만t의 담수를 공급하고, 금강 주변의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하굿둑의 건설로 금강호의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토사 퇴적에 의한 수질악화도 문제. 현재는 3-4급수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으나 10-15년 후에는 갈수기 농업용수 공급에 문제가 발생될 것으로 전문가들을 내다보고 있다.

금강 하구의 환경 파괴는 연안 어장도 황폐시켰다. 기수역의 파괴로 생태계 순환의 고리 차단됐고 이로 인한 하구역 수산업이 붕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하구 내·외측 토사퇴적으로 인한 홍수 예방 및 항구 기능까지 쇠퇴하고 있다. 1만t급 2선석의 접안시설을 갖춘 장항항은 5000t급의 선박만 접안 가능하며, 어항의 경우 토사퇴적으로 기능을 상실해 이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서천군은 금강하굿둑 때문에 금강과 서천이 죽어가고 있다며 금강과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순환될 수 있도록 하굿둑의 일부를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 건너 군산시는 금강호에서 연간 40만t의 공업용수와 농업용수를 지원하고, 하굿둑을 철거할 경우 군산시의 저지대가 범람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는 서천군과 군산시는 하굿둑이 가져다주는 장점과 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양 자치단체가 함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금강의 어제와 오늘전 서천군 전시회에서는 금강을 통한 서천군의 발전상황은 물론 자연과 생태, 역사와 문화까지도 재조명한다.

장항국가산업단지 정부대안사업 추진과 함께 굴뚝에 집착하던 20세기형 패러다임을 버리고 매립에서 환경으로, 산업도시에서 생태도시로 탈바꿈할 채비를 갖춘 서천이 금강과 함께 국제적인 환경생태도시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한종구 기자 sunfl19@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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