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충남대병원 호스피스팀

환자를 정성껏 돌보는 호스피스팀
환자를 정성껏 돌보는 호스피스팀
“남편노릇, 아빠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마지막으로 선물 하나 주고 가고 싶은데….”

한 40대 남성이 말끝을 흐리며 눈물을 쏟아낸다. 수척한 얼굴에 앙상한 뼈만 남았다.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한상호(42·가명) 씨.

과거를 회상하니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만이 머릿속을 맴돈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가족과 여행 한 번 못 간 것, 선물 하나 사준 적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의 마지막 소원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충남대병원 호스피스팀이 한상호 씨의 작은 바람을 들어준 것이다.

우선 한 씨의 가족을 대전동물원으로 소풍을 떠날 수 있도록 해줬다. 거동이 불편한 한씨를 병원 앰뷸런스로 움직이도록 도와줬다. 한씨의 가족은 이날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 속옷을 샀다. 초등학교 4학년, 3학년, 1학년인 한 씨의 세 딸이 조금 더 크면 입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편지도 남겼다. 한 씨는 가족소풍을 다녀온 지 한 달 뒤, 행복한 추억을 가슴에 품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듯 입가에는 미소가 남아 있었다.

충남대병원 호스피스팀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들에게 행복을 전파하고 있다.

환자 가족과 함께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져 사는 이들에게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마지막 여정에 자양분을 주고 있다.

호스피스팀은 1995년 김삼용 충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황관옥 간호과장 등 의료진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근무시간 외 개인시간을 활용한다.

2002년부터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영양사 등 체계적인 모습을 갖춘 호스피스 전문팀이 꾸려졌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3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말기암환자 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선정됐고, 앞서 1월에는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말기암환자전문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2004년에도 전국 5개 기관 중 한 곳으로 복지부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범사업에 선정됐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어려움이 늘 따라 다닌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많은 환자들을 도와주고 싶지만 예산은 턱 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힘들어하면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이 미안해 하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하는 눈치다.

이들은 2005년 후원회를 발족, 운영해 환자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데 보태고 있다.

매년 한 차례씩 일일찻집을 운영하고, 직원들끼리 공동구매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정기적인 후원금도 받는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목욕, 발마사지, 아로마 요법에 필요한 물품 등을 사고, 미술치료, 음악치료, 원예요법 등에 필요한 재료도 구입한다.

소풍이나 미니 파티 등 환자와 가족들의 작은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고, 저소득층 환자에게는 장례비도 일부 지원한다.

올해 초에는 신장암 말기 환자의 소박한 소원을 들어줬다. 큰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데 형편이 어려워 교복을 사주지 못한다는 소식에 새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충남대 호스피스팀 최영심 간호사는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힘들어하기만 한다”며 “호스피스 활동을 통해 행복한 임종을 맞는 환자와 용기를 갖고 편안하게 보내주는 가족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정규 기자 gija007@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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