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박 2척·도자기 발굴…운송장 ‘죽간’ 최초 발견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 해저에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송(宋)·명(明)대 중국 도자기 380여 점과 운반선 선체 등 300년에서 1000년 가까이 묻혀 있던 수중문화재가 대량으로 발굴됐다.

특히 발굴된 유물 가운데 삼국사기 등 기록으로만 전해졌던 석탄과 대나무로 만든 물품 표(운송장)인 죽간이 최초로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유물이 발견된 해역은 지난 2007년 4월 26일 고려청자 2만3000여 점과 이를 싣고 가던 운반선 선체가 발견된 곳이어서 이 해역 일대가 시대구분과 관계없이 중요한 국제무역항로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는 지난 4월 26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해역에 대한 수중발굴 조사를 한 결과 한국과 중국 도자기 380여 점을 인양하고 두 척의 운반선 선체가 매장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도자기는 11세기 해무리굽 청자부터 14세기 후반의 상감청자 등 고려시대 청자와 15세기 분청사기, 17-18세기 백자 등 조선시대 백자 등이다.

이와 함께 15-16세기 중국 복건성 남쪽에서 만들어져 동남아시아로 수출됐던 명(明)대 청화도자기를 비롯해 송대부터 청대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중국 도자기가 발견됐다.

발견된 도자기 중에는 밑바닥에 먹으로 쓴 묵(墨)서명이 있는 중국제 도자기가 출토돼 당시 고려와 중국 두 나라 교역이 활발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두 마리의 오리가 밑바닥에 음각돼 있는 고려시대 청자 접시와 정교하게 새겨진 인화문 분청사기 등 주로 왕실에서 쓰였을 것으로 보이는 귀한 도자기도 다량으로 인양됐다.

김영원 국립전주박물관 관장은 “발굴된 도자기류는 당시 고려와 중국 송나라와의 활발했던 교역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특히 중국 물주의 이름이 새겨진 묵서명 도자기는 최초로 발견돼 의미가 크다. 여기에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무늬와 구도를 취한 인화문 도자기 등은 귀한 도자기로 꼽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발굴된 380여 점 가운데 절반 정도는 훼손된 부분이 없는 완형이며, 부분적으로 훼손된 것도 당장 문화재로 지정되기에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볍씨를 비롯해 당시 뱃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도기소호(小壺·작은 항아리), 철제 솥, 맷돌. 청동그릇, 수저 등 다수 유물도 함께 출토됐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지난 2007년에 이어 이번 해저유물 발굴은 태안지역과 해역이 당시 국제무역의 장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며 “앞으로 10-20년에 걸친 장기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국제무역의 발달사 등 역사 기록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정명영 기자 myjeng@daejonilbo.com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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