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도르지 바트히식씨 8월 단국대서 학위 수여

“2010년 한몽수교 20주년을 앞두고 이런 영광을 누리게 돼 너무 기쁩니다. 양국의 교류 증진에 보탬이 되겠습니다”

몽골어학을 몽골이 아닌 한국에서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게 되는 몽골인 유학생 산기도르지 바트히식(사진·28·여).

바트히식은 논문 ‘17-18세기 몽골어의 음운론적 연구’로 오는 8월 21일 단국대에서 문학박사를 받는다.

국내에서 공부한 역대 몽골 유학생 중 몽골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기는 바트히식이 처음이다.

논문은 현전하는 조선시대 몽골어 학습서인 `몽어노걸대(蒙語老乞大), 첩해몽어(捷解蒙語), 몽어유해(蒙語類解)` 등 이른바 몽학삼서(蒙學三書)에 나타난 중세 몽골어의 발음을 다뤘다.

바트히식은 “17-18세기 몽골 문헌자료는 고대몽골어로 써있어 정확한 당대의 발음을 알 수가 없었는데 ‘몽학삼서’에는 중세 몽골어와 한글이 자세히 병기되어 있고 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실제 발음을 알 수 있어 논문주제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몽학삼서’에 표기된 한글을 몽골 발음으로 바꾸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2005년 3월 한국에 첫 발을 디딘 바트히식은 단국대 천안캠퍼스 몽골어학과에서 현대 한국어와 18세기 훈민정음 발음 공부를 처음으로 시작했고, 그해 가을 대학원 몽골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지도를 맡았던 이성규 교수(몽골학)는 “논문은 중세 몽골어와 현대 몽골어 사이에 소위 ‘근대 몽골어’의 시기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는 음운론적, 형태론적 특징을 상당 부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번 논문은 몽골 내에서도 진행된 적이 없는 17~18세기 몽골어의 실제 발음을 다룬 최초의 논문이다.

몽골국립대에서 알타이어과(학부)와 몽골고전어학(석사과정)을 공부한 바트히식은 오는 9월부터 몽골국립대에서 몽골고전어학을 가르치게 되며 내년엔 ‘몽골한국학과’ 교수로 임용될 예정이다.

박사논문은 오는 9월 한국몽골학회 학회지인 `몽골학`지에 게재된다. 천안=고경호 기자 khko0419@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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