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유난히도 따사로운 요즘 잠시나마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뭔가 특별한 것이 간절해지는 그런 시간이다. 문득 언제나 포근하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리시던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는 그런 때이기도 하다.

이런 날엔 대전 서구 괴정동 롯데백화점 뒤편에 위치한 ‘양촌고을’에 들러보자. 그곳엔 늘 한결같은 정성과 손맛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고기맛과 새콤한 묵은지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닭도리탕 전문점이다.

안주인 김영희씨가 손수 개발한 묵은지 토종 닭도리탕은 많은 매니아를 갖고 있을 정도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튼실하게 잘 자란 토종닭에 감자며 야채를 푸짐하게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닭도리탕은 옛날 고향집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 그대로. 여기에 1년 정도 숙성시킨 이집의 묵은 김치는 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별미. 묵은지와 함께 싸서 먹으면 매콤하면서도 톡 쏘는 신맛 어우러져 느끼한 맛은 싹 사라지고 고소함과 담백함이 절정에 다다름은 물론 씹으면 씹을수록 미끈말랑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친근하고 깊은 맛으로 오래오래 입맛을 다시게 한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하고 새콤하면서도 개운한 이 오묘한 맛에 감탄에 또 감탄이다. 단순히 매운 것이 아니라 혀끝에서 피어나는 풍성한 맛이 시원하기까지 하다. 얼큰하면서도 달착지근한 국물의 비법을 묻자 주인 김씨는 밴댕이 그리고 갖은 야채를 넣고 끓인 육수라고 한다. 말린 밴댕이는 일반 멸치와 달리 비리지 않으면서 담백한 맛을 낸다고…. 테이블 위 가스렌지에서 계속 끓여가며 먹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맛이 더욱 진해지는데 왠지 사람을 확 빨아들이는 힘이 있는 듯 하다.

보기만해도 침이 꿀꺽~ 넘어가는 홍어회무침은 이집의 또 다른 자랑. 싱싱한 홍어회에 미나리, 파, 양파,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넣어 손으로 조물락 버무려먹는데, 오독오독 씹는 재미와 코끝이 싸해지는 알싸한 맛이 일품. 더운 여름철 잃어버렸던 식욕을 되찾아 주는 별미중의 하나다. 또 비도 내리고 술 한 잔 생각나게 하는 요즘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과 함께 하기 딱 좋은 음식.

▲묵은지토종닭볶음탕 3만원 ▲홍어회무침 1만원 ▲홍어찜 1만원 ▲알탕 1만원 ▲제육볶음 1만원 ▲토종청국장 6000원 ▲생막걸리 大 1만원 小 5000원 ☎042(528)8592. <글 조남형 기자 cuba1024@daejonilbo.com 사진 신호철 기자> 50석 전용주차장

◇ 우리집 자랑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것인 만큼 자식에게 먹일 수 없는 것은 손님상에도 올릴 수 없죠.”

‘양촌고을’의 송종하 김영희 부부는 10여년 가까이 음식을 만들어 오면서 무엇보다 손님에 대한 신뢰와 좋은 음식 만들기를 철칙으로 삼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조미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이 불평을 털어놓아 섭섭한 적도 많았지만 이젠 인식이 바뀌어서 손님들이 먼저 알아줘서 기쁘다고. 부부는 ‘양촌고을’이 한사람 한사람 알음알이로 입소문을 타고 단골손님들이 늘어가는 재미에 오늘도 처음처럼 묵묵히 좋은 음식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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