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진은 ‘청록파 시인’ 또는 ‘생명파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장미 고독’이란 이 시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시가 낯설고, ‘장미’와 ‘고독’의 대비 또한 낯설다. 장미와 고독, 장미의 고독, 선뜻 와 닿지 않아 난해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시의 속성 중 하나가 ‘낯설게 하기’ 란 점을 염두에 두고 다시 음미해 보면 시인이 말하려는 ‘고독’의 의미가 읽힐 것이다.

지금 장미는 어디에 있는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빈 뜰에’, ‘얼굴을 묻으면서’, ‘손 저어 거부하고’, ‘오직 스스로’, ‘머나먼 별의 언약’을 ‘기다리고 있다’는 시어에서 우선 정적인 분위기와 고적함을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표현은 고독이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하다’는 사전적 의미를 시적 표현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 이 시가 ‘고독’의 의미를 시적으로 읽어 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이 시는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의 극치, 또는 화려함의 절정에서 ‘절대적인 고독’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읽는 이에게 말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참된 고독은 어떤 외부의 힘에도 지배당하지 않는 독립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높은 경지에 이르는 고독의 의미, 고독의 순결한 정신이 예술 세계에는 있다고 생각하면, 이 시에서 말하려는 고독이 지고지순한 정신 세계에서의 고고함과 통한다고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12행으로 짜인 이 시의 속을 들여다보자. 정적인 분위기 위에 넘치는 동적 이미지로 채워졌음을 알 수 있다. ‘타고 있다’, ‘타는 열기’, ‘활활 태운다’, ‘피의 지열’, ‘내뿜으며’에서 느껴지는 역동적인 힘이 이 시의 중심 이미지가 되고 있다. 또한, 앞서 제시한 고결함, 고고함은 이 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실없는 나뭇가지들의 유혹에는/ 손 저어 거부하고/ 하늘의 푸른 층계’ 를 동경하며 ‘오직 스스로 타는 열기’에 모아진 범접할 수 없는 이 고고함, 그것이 시인의 정신세계와 맞닿아 있지 않은가. 특히, 마지막 결구 ‘장미는/ 머나먼 별의 언약/ 그 눈과 눈의 마주침만 기다린다’에서는 지상의 세계를 뛰어넘는 우주 공간에서의 신비로운 조우를 꿈꾸고 있으니 말이다.

시는 그 시를 쓴 시인과 닮아 있다. 박두진 시인은 평생 학처럼 고결하게, 높은 산처럼 고고하게 살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고독함, 또는 고고함과 어울리는 시인이다.장미를 통해 고독이 자연의 섭리임을 말하고 있는 박두진 시인, 고독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며, 그를 통해 우리는 시가 시인의 인격임도 확인하게 된다. 이명수 (시인·충남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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