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능산리 유물서…“백제 문서행정 입증”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된 칼로 긁어낸 백제시대 목간 껍질. 목간을 재활용하기 위해 기존 묵글씨를 긁어내면서 생긴 부스러기다.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된 칼로 긁어낸 백제시대 목간 껍질. 목간을 재활용하기 위해 기존 묵글씨를 긁어내면서 생긴 부스러기다.
백제시대 한번 글씨를 적은 목간(木簡)을 재활용해 썼던 사실이 확인됐다.

국립부여박물관은 8일 부여 능산리 절터 출토품을 재정리하는 과정에서 손칼로 긁어낸 백제목간 껍질 100여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부여박물관은 최근 발간된 ‘백제시대 목간’ 이라는 조사자료집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백제인들이 기존 묵글씨가 적힌 목간의 나무 표면을 칼 등의 도구로 긁어낸 다음 다시 그 위에 글자를 다시 써서 재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용현 학예연구사는 “목간 껍질과 부스러기에서 벼와 같은 곡물류가 오고 간 문서의 일부로 보이는 ‘석’(石)(한 섬을 의미)과 같은 글자가 보이는가 하면, 문서가 종료되었음을 의미하는 ‘了’(료)와 같은 글자를 확인함으로써 백제시대 문서행정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두께 0.2㎝인 나무 대팻밥 앞뒷면에 각각 묵글씨를 적은 이른바 ‘파피루스형 목간’도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여박물관 측은 “이 목간은 애초에 종이를 의식하고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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