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진학 다크호스 부상

특목고, 자사고에 이어 자율학교(전국단위 모집)가 뜨고 있다. 일반계 고교이면서 기숙사 생활과 높은 명문대 진학률, 저렴한 수업료까지 3박자가 고루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자율학교는 설립이념과 학교운영이 건강하고 차별화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예체능과 특성화학교, 농어촌소재 학교 등 다양하며 올 3월 1일 현재 고등학교만 전국에 총 224개교(국립 2, 공립 147, 사립 75)가 있다.

이 중 대입에서 자율고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은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몇몇 농어촌소재 학교다.

자율고는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전국단위 학생 선발권과 교원자격 및 교육과정 편성·운영, 교과서 사용에 자율권을 가지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을 받기 때문에 등록금이 국가고시액 수준으로 낮아 학부모 부담이 적은 게 강점이다.<표1 참조>

◇명문대 진학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다

보통 읍·면 지역에 있는 자율고가 전국적 이슈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이렇다 할 사교육 없이도 대입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부터다. 그 선두주자격인 학교가 2002년 처음 자율고 인가를 받은 공주한일고다.

특목고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처음 전교생 기숙사 생활을 시행하며 명문대 합격생을 대거 쏟아내 유명세를 치르는 한일고는 최근 3년 평균 서울대 16명, 연세대·고려대 각각 45명을 배출했고 특히 의학계열에 평균 53명을 합격시켜 주가를 올렸다.

2004학년도 대입에서 서울 포함 수도권 대학에 21명을 보내는 데 그쳤던 경기양서고도 2003년부터 자율고로 운영하면서 2008학년도 수도권 진학 153명 중 30명이 이른바 SKY 대학에 진학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19.6%로 수도권 대학 합격생 중 서울대 2명을 포함해 5명에 1명꼴로 서울·연세·고려대에 진학한 셈.

◇전국단위 모집을 통한 맞춤식 수월성 교육

<표2>에서 알 수 있듯 전국 주요 자율고의 명문대 진학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유는 맞춤식 수월성 교육이 이뤄지는데다 교사들이 학생 못지않은 열의를 갖고 공부하기 때문이다.

최용희 한일고 입학상담실장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들이 전국에서 꾸준히 모이면서 아이들이 요구하고 그들에게 맞는 교육방법을 누구보다 교사들이 제일 잘 알게 됐다. 축적된 노하우로 차별화된 수월성 교육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집안 사정은 그 집 가족 구성원이 가장 잘 아는 격이다.

어쩌다 학교에서 초빙한 외부 강사들의 강의에 학생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들의 강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이유다.

학생들에게 1년에 2차례 평가를 받는 양서고 교사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자 열심히 공부하고, 그 결과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100-150쪽 분량의 교재가 50권을 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방과 후 시간을 적극 활용하는 수준별 맞춤교육도 실력 상승에 한몫한다.

경남거창고는 오래전부터 영어·수학에 대해 수준별 분반 교육을 시행해왔다. 보충·기본·심화반 등 단계별로 반을 편성하고 학기 단위로 반 편성고사를 실시해 반을 재배정한다.

경북풍산고도 야간에 희망자를 대상으로 수학 등 주요 과목에 대해 수준별 보충 또는 심화교실을 열어 운영한다.

이준설 풍산고 자율학교 운영부장은 “방과 후 수준별 수월성 교육이 성과를 보이면서 고교 3년 동안 자율고 학생들의 학력신장이 일반학교보다 높게 나타나고, 이런 소문이 결국 우수 인재를 자율고로 불러들여 자율고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고와 엇비슷한 저렴한 수업료

대표적인 자사고인 민족사관고를 다니려면 연간 1500여만원의 교육비가 든다. 더 나은 양질의 교육을 받는 대가긴 해도 학부모로서 부담스러운 금액임이 분명하다.

반면 자율고는 지자체 재정지원을 받아 상대적으로 싼 수업료가 장점이다. 한일고의 경우 올해 신입생 월 등록금은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를 합해 9만4800원, 월 기숙사비는 32만원으로 영어회화비를 포함한 특기적성교육비와 복지비 등을 모두 합해도 월평균 60여만원, 연간 700여만원 선으로 민사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가족적인 분위기의 기숙사 생활 통해 인성교육 강조

많은 전국단위 모집 자율고는 학생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곱게 키운 자식을 집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학부모의 걱정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 자율고는 기숙사 생활을 인성교육의 장으로 활용해 학부모의 기대에 부응한다.

한일고는 침대·호실·교실 멘토 등 실생활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학력신장은 물론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우도록 지도한다. 기숙사를 배정받음과 동시에 알게 되는 침대 멘토의 역할은 거의 부모님 뒷바라지 수준이다.

‘첫눈 오는 날 토끼몰이 가기’나 ‘교사-학생 간 눈싸움하기’ 등 남다른 인성교육으로 주목받는 거창고는 학년별 상·하급생 간 자매결연을 통해 고민거리를 서로 나눌 수 있을 정도의 가족적 분위기를 조성, 호응을 얻고 있다. 서로 배려하면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이 학력신장과 인성교육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가는 셈이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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