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에 선 검투사들의 숨소리가…
현재의 콜로세움은 지진으로 붕괴되어 그 당시의 모습을 완전하게 상상할 수는 없지만 당시에는 미로처럼 분할된 방들과 그 위에 지붕이 있었으며, 지하에는 검투사들의 대기실과 무기창고, 그리고 동물들의 우리가 있었다. 폐허가 되어 상상하기 힘든 콜로세움을 바라보며 영화 ‘글래디에이터’ 속으로 들어간다. 할리우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수상작이며, 영국 오렌지 브리티시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이다.
경기장의 문이 열리고 용감한 검투사가 등장을 한다. 맹수가 달려들고 창과 칼이 부딪치는 콜로세움 중앙에 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던 막시무스 장군이 검투사로 변신하여 황제에게 도전을 한다. 정의와 용기가 있고, 사랑과 슬픔이 분노와 복수로 연결되는 전율과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콜로세움에서 나와 로마의 중심부로 들어서는 길목에 베네치아 광장이 있다. 베네치아 광장을 지나 그리스의 수학과 로마의 공학이 결합하여 건축의 기적을 이루었다는 ‘판테온 신전’을 찾았다. 어린 시절 미술책에서 보았던 사진 그대로 수수한 모습이다. 이집트 산 대리석으로 만든 거대한 통돌 기둥 사이를 지나 신전 안으로 들어가 둥근 아치형으로 된 내부를 보는 순간 판테온을 보고 건축의 기적이라 말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조로운 둥근 원통 구조 위에 직경이 같은 반구를 뒤집어씌운 모양으로 신전은 가로와 높이가 똑같이 43.2m이고, 벽의 두께가 6.2m나 된다. 그만큼 튼튼하게 기초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많은 세월을 지나면서 모든 풍파를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달팽이 계단을 따라 꼭대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밑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베드로 성당을 설계하던 교황들은 성당의 둥근 지붕을 판테온 신전보다는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려고 온갖 건축가와 기술을 동원했지만 결국 판테온 신전보다 1.3m 짧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판테온 신전은 그만큼 수학적으로나 공학적으로 신비의 비밀을 지니고 있고 또 로마 건축 가운데 그 오랜 세월을 오로지 종교적 신전으로 변함없는 세월을 지켜왔다. 초기에는 모든 신을 섬기는 곳이었으나 나중에는 기독교 유일신만을 섬긴 신전이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장면으로 유명해진 ‘스페인 광장’에서 어린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있다. 그러나 이곳 ‘스페인 광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음식물을 먹지 못하게 금지되어 있어 경찰관들의 제재를 받는 곳이다.
18세기에는 화가들이 이곳에서 그림을 많이 그렸다. 풍경화도 그렸지만 특히 선남선녀들을 대상으로 한 인물화를 그렸는데 그 당시 화가의 모델이 되기 위하여 이곳에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스페인 광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과거 교황청의 스페인 대사관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로크 양식의 137개 계단 위에는 교회가 있다. 그래서 이 계단의 본래 이름은 ‘언덕위의 삼위일체 교회로 오르는 계단’ 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 덕분에 세계적인 명소가 된 스페인 광장의 한 복판에 서서 세계에서 몰려온 많은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지켜보며, 분명 밝고 아름다운 미래의 세계를 기대해도 된다는 확신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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