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학년 엇갈려 시험 출제

중간고사 D-day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 상산고 학생들은 눈빛이 달라진다. 시답잖은 농을 건넸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산고 중간(기말)고사는 어렵기로 정평이 나있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학생들은 즐겨 찾던 도서관도 멀리하고 조용한 빈 강의실을 찾아 단어 하나, 문제 하나 더 익히기 위해 애쓴다. 시험을 앞두고 안절부절못하기는 인근 학원들도 마찬가지다. 학원생들에게 중간고사 대비 적중문제를 내놓기는 해도 얼마나 맞출 수 있을지 스스로 장담을 못하니 시험이 끝나면 들이닥칠 후폭풍에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상산고 만의 독특한(?) 아니 철저한 시험 출제 방식 때문이다. 상산고 시험 출제의 원칙은 해당 과목 교사들이 연합출제를 하되 학년을 엇갈려 문제를 내는 것이다. 즉 과목별 1학년 교사들이 의논해 2학년 문제를, 2학년 교사들이 모여 1학년 문제를 내는 방식이다.

1학년 수학을 예로 들면 2학년 수학 교사들이 상의해 1학년 교육과정에 해당한다 싶은 내용은 거리낌 없이 출제하는 식이다. 1학년 담당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관련 내용을 가르쳤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확인하지도 않는다. 학기 초 제출하는 학년별 단일 교과진도표를 기준으로 시험 범위에 해당하면 주저하지 않고 출제한다. 연합출제 방식인데다 매년 출제그룹에 속하는 교사들이 바뀌다 보니 소위 ‘족보’나 담당 교사의 출제 경향 같은 편법이 통할 리 없다. 내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은 오직 실력을 쌓는 정공법뿐인 셈이다.

상산고의 자사고 전환과 발맞춰 교장으로 부임한 전 서울대 부총장 이현구 교장은 “담당 교사가 적은 교과목은 어쩔 수 없으나 국·영·수 포함 주요 과목들은 출제 원칙을 지킨다”면서 “다른 학교 학생과의 내신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지만 실력을 키우는 첩경이고 학교가 내신인증 기관으로 전락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