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은 쪽빛바다, 들리는 것은 파도소리뿐…

프라슬린 섬의 발라드메 국립공원에서만 자라는 코코 드 메르. 여성의 둔부를 닮았다.
프라슬린 섬의 발라드메 국립공원에서만 자라는 코코 드 메르. 여성의 둔부를 닮았다.
여행은 설렘에서 시작된다. 목적지를 정하는 순간부터 짐을 꾸리는 순간까지 설렘이 이어진다면 그 여행은 기대할 만하다. 세이셀이 그랬다. 생소한 이름, 아프리카라는 거리감, 인도양의 진주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는 점에서 설렘의 진폭은 컸다.

세이셀로 가는 길은 멀다. 비행시간만 14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선 직항이 없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나 카타르 도하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가기도 어렵고, 비용도 만만찮게 든다. 세이셀은 우리에게는 그만큼 미지의 세계다.

세이셀은 유럽인들에게 천국이요, 낙원 같은 휴양지다. BBC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50곳 중 12번째로 꼽았다. 가끔 중동의 부호나, 헐리우드 스타들이 찾긴 하지만 관광객의 99%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인이다.

세이셀은 일반 관광지가 아니다. 이렇다 할 문화유산이 있는 것도 아니요,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쪽빛 바다요, 귀에 들리는 것은 파도소리 뿐이다. 그럼에도 왜 많은 이들이 세이셀을 찾을까.

세이셀에선 오감을 닫는 편이 낫다. 이 것 저 것 많이 보고 담아 오려하면 여행을 망친다. 일망무제의 인도양, 그 한가운데 오롯이 솟아 있는 세이셀의 해변에 누워 그저 쉬는 것, 그 것이 전부다. 현지 크레올여행사 관계자는 “‘저스트 릴랙스, 온리 릴랙스(just relax, only relax)’ 그 것이 세이셀이다”고 귀뜸했다.

세이셀에 산재한 섬은 모두 115개. 가장 큰 섬인 마에섬은 여행의 기착지다. 수도 빅토리아와 국제공항도 이 섬에 있다. 하지만 세이셀의 향취를 느끼고 싶다면 먼저 프랄린과 라 디그 등 인근의 섬을 찾는 것이 좋다.

◇프라슬린= 마에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마에에서 북동쪽으로 44㎞ 떨어진 프라슬린에 가기 위해선 경비행기(15분)나 페리를 이용한다. 프라슬린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처음 머무는 곳은 발라드메(5월의 계곡) 국립공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으로 현지인들은 성서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본래 위치라고 믿고 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에로틱 코코넛으로 불리는 코코드메르 때문이다. 무게가 30kg이나 나가는 코코드메르는 여성의 하체를 빼닮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자란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 국립공원은 30분짜리에서 2시간 트레킹코스가 있다.

프라슬린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북서쪽의 앙세 라지오 해변이다. 산호가 부서져 이뤄진 해변은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황홀경을 연출한다. 어느 것이 물빛인지, 하늘빛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아찔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라 디그=세이셀에서 4번째로 큰 섬으로 면적은 10㎢, 인구 2000명이다. 그런만큼 한적하다. 무한한 자유를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프라슬린 동쪽 6㎞ 지점에 위치하며 배로 15분가량 걸린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때까지 1시간 30분 간격으로 배편이 있다.

라 디그는 하얀 모래와 쪽빛 바다, 거대한 화강암과 열대 식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해변이 널려있다. 이 가운데 앙세 소스 다르젠트는 가장 포토제닉하다. 코코스, 그랜드 해변도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하다.

섬이 작은 만큼 교통수단도 단순하다. 버스나 택시는 5~6대에 불과하다. 관광객을 위한 우마차도 눈길을 끈다. 섬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으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선착장에 내리면 자전거 대여점이 여러 곳 있다. 대여료는 하루 10유로.

라 디그엔 식민지 때 코코넛과 바닐라 농장이 있었지만 현재는 국립공원으로 변했다. 육지에서 가장 큰 거북이 이곳에서 서식하고 있다. 인근 플랜테이션 하우스는 영화 엠마누엘 부인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톰 행크스, 헬렌 헌트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도 라 디그에서 촬영됐다.<김시헌 기자>

▶여행 팁

가는 방법=인천공항에서 두바이나 도하를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이 두바이에서 마에까지 1주 4편 운항한다. 4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카타르항공도 주 3회 운항한다. 싱가포르에서도 주 1회 항공편이 연결된다.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5시간 늦다.

여행적기=무역풍이 끝나는 5월부터 10월까지가 적기다. 윈드서핑이나 세일링을 하기 좋다. 다이빙은 3월-5월, 9월-11월이 좋다.

숙소=하룻밤에 500-600만원하는 럭셔리 리조트에서부터 10만원대의 롯지나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하다. 유렵의 바캉스 시즌인 12-1월과 7-8월엔 숙소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 기간엔 미리 예약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즐길거리=스노클링, 다이빙, 요트, 낚시, 트레킹. 세이셀에는 900여종의 물고기와 100여종의 산호초가 있다. 다이빙 장비는 리조트나 호텔에서 대여해준다. 요트나 범선을 빌려 타고 섬주변을 둘러보는 세일링은 세이셀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세이셸은

위치:남위 4∼11°, 동경 46∼56°( 아프리카 케냐 동쪽 1600㎞, 마다가스카르 북쪽 1100㎞)

면적:115개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455㎢(제주도의 약 1/4)

기후:10월부터 4월까지는 북서계절풍의 영향으로 습도가 높다. 5월-9월은 건기다. 연평균 기온은 24-31도.

인구:8만2000명.

수도:빅토리아

공용어:영어, 불어, 크레올어.

화폐:세이셸루피(1달러=125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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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디그 섬의 우마차.
라 디그 섬의 우마차.
라 디그 남쪽에 위치한 앙세 그랜드 해변.
라 디그 남쪽에 위치한 앙세 그랜드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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