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 문화 공존 '사원·신상의 도시'

카트만두 사원2
카트만두 사원2
네팔 카트만두(Kathmandu)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가기 위해 포카라에서 경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는 30석의 아주 조그마한 장난감 같은 비행기다. 탑승하면서도 불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비행기에는 스튜어디스도 있고, 비행 중 캔디와 차도 대접하는 서비스도 있다. 비행기를 타고 소꿉장난을 하는 왕자가 된 기분이다. 재미있는 비행기는 볼거리도 더해준다. 포카라에서 카트만두까지 히말라야의 절경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40분 동안 히말라야 산맥의 설경을 하늘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생애 최고의 행운인 듯싶다. 내려다보이는 설경의 대산맥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최고의 절경을 보여준다. 웅장하고 장엄한 경치가 최고요, 아름다운 설경의 파노라마가 최고이며, 내려다보이는 관광의 묘미가 최고다. 히말라야 설원의 파노라마를 끝나지도 않은 미완성으로 남겨둔 채 어느새 비행기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공항에 착륙을 한다.

카트만두는 네팔의 수도로서 인도와 중국의 문화가 혼합된 특유의 히말라야 산족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네팔사람들은 노래를 좋아하여 축제나 명절 결혼식 등은 노래로 시작하여 노래로 끝을 맺는 민속 문화를 가지고 있다. 네팔은 가난하면서도 축제가 많은 나라다. 일 년에 50여개의 축제를 치르며 170일 이상을 노래로 세월을 보낸다. 그들은 축제를 생활화하고 축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낭만적인 목동의 후예다. 네팔의 시가지로 들어서면서 가난한 동네라는 것은 느껴지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활력과 근면한 생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지름이 100m이고 높이가 36m의 크기로 남아시아의 최대 스투파(탑·塔)를 자랑하는 ‘보우다나뜨’를 찾았다. 옛날에 한 불교신자가 왕을 찾아와 불교 스투파를 짓고 싶은데 물소 한 마리에서 저민 고기의 면적만큼만 땅을 주시면 그곳에 스투파를 짓겠다고 간청을 하였다. 왕은 물소 한 마리의 고기가 얼마나 되겠는가? 생각하고 흔쾌히 허락을 하였는데, 노인의 고기 저미는 기술이 놀라와 지름이 100m나 되는 땅을 얻기에 충분한 솜씨를 보여 보우다나뜨, 스투파를 짓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외국인만 입장료를 내는 이곳은 완전히 티벳이다. 냄새와 문화와 사람들이 모두 티벳 일색이다. 탑을 돌며 기도하는 티벳 사람들이 물결을 이루고, 탑의 외곽으로는 매장들이 원형의 공간을 만들면서 관광 민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공간만 있으면 곳곳에 서서, 아니면 앉아서, 혹은 바닥에 전신을 던져 가면서 기도하는 이들의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들의 간절하고 애절한 기도의 내용은 무엇일까?

카트만두의 밤은 어둠 속의 침묵이다. 전기를 절약하기 위하여 저녁 8시가 되어야 전기가 들어온다. 그때부터 난방기를 사용할 수가 있고 TV도 볼 수가 있다. 절약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네팔의 절전운동이 철저하다.

아침 해가 밝아지면서 네팔에서 순결의 상징으로 모신다는 살아있는 여신, ‘꾸마리데비’가 살고 있는 ‘덜발광장’을 찾았다. 덜발광장은 바로 카트만두의 심장이며 중심부이다. 이곳에는 왕족들의 궁전과 사원으로 빽빽하다. 16세기에 지어진 말라 왕조의 궁전들이 아직도 섬세한 목조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반해 목조 건물로 지어진 사원들의 대단한 규모와 아름다움들은 방치되어 있는 상태로 파손되어 가고 있어서 안타깝게 느껴진다.

살아있는 여신 꾸마리데비는 1년에 한 번씩 네팔의 왕이 찾아와 절을 하고 축복을 받는 곳이다. 피를 보이지 않은 여인, 눈물을 보이지 않은 여인이 살아있는 여신으로 추대되어 모셔지게 된다. 오후 4시가 되면 관광객들을 향해 2층에서 모습을 보인다는 기대감에 사원의 좁은 정원을 서성인다. 살아있는 여신은 초경이 시작되면 악령이 깃든 여인으로 전락하여 이 사원에서 쫓겨 나게 된다. 천대를 받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악령이 깃든 여인으로 전락한 꾸마리데비의 말로는 슬프고 가련한 나머지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의 여생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게 ‘꾸마리데비’들의 여생은 매춘가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비극적인 삶을 살아간다.

덜발광장과 함께 이곳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스와얌부나뜨’다. 원숭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 이곳을 원숭이 사원이라고도 부른다. ‘스와얌부나뜨’는 정문에서 300개의 계단을 오르면 동산의 정상 부분에 사원이 있다. 카트만두의 전경이 아름답게 내려다보이는 동산의 정상에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사원들 사이로 탑들과 스투파와 전통 민예품 가게들이 혼란스럽게 산재해 있다. 티벳 사람들이 직접 사용하던 물건들도 만날 수가 있는 곳이다. 골동품들 사이로 풍겨 나오는 향내가 코를 진동시킨다.

사원의 모퉁이에서 스케치북을 펴고 스투파를 그린다. 독특한 모양의 스투파들이 화면을 아름답게 꾸며준다. 카트만두에는 집의 숫자만큼 사원이 있고, 사람들의 수만큼 신상이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사원도 많고 신상도 많은 카트만두에 이제 봄소식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안정된 분위기가 함께하여 늘 아름다운 히말라야를 지키는 행복한 민족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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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사원1
카트만두 사원1
히말라야의 설화 / 53.5X45.0cm / 수묵지본담채 / 2007
히말라야의 설화 / 53.5X45.0cm / 수묵지본담채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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