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왕흥사지서 발견된 운모장식

부여 왕흥사지 목탑 터 주변 지하에서 백제왕 창(百濟王 昌.위덕왕)이 죽은 왕자를 위해 목탑 심초석에 봉안했다는 명문이 적힌 사리구(舍利具)와 함께 발견된 운모(雲母·돌비늘) 장식품은 백제 초정밀 공예의 정수로 평가되고 있다.

왕흥사지 발굴단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이규훈 학예연구실장은 “사리구 만큼이나 경이로운 발굴품인데 그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며 “운모판을 이용해 연꽃 문양을 만들어 공양한 사례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파 껍질처럼 납작한 운모를 재료로 만든 연꽃 모양은 흰색이 도는 백운모(白雲母)를 활용했으며 금박을 넣기도 했다. 운모장식은 현재 국립 부여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실로 옮겨져 보존처리를 하고 있다.

부여연구소는 이 운모 장식이 쇠로 얽은 관모(冠帽) 뼈대와 함께 출토된 점을 중시해 “관 장식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운모 장식을 관찰한 대전대 이한상 교수는 “백제인들이 어떻게 운모판을 얇고 정밀하게 가공했는지 놀랍기만 하다”면서 “처음 접하는 유물이라 이에 대한 향후 심도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운모를 꽃잎, 혹은 나뭇잎 모양으로 제작한 사례는 신라시대 경주지역의 대표적인 적석목곽분인 황남대총 중 남분에서 확인된 적이 있으나, 그 기능이나 정확한 사용처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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