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술관 리움 ‘한국미술-여백의 발견’ 展

배병우 作 ‘소나무 시리즈’ 2006
배병우 作 ‘소나무 시리즈’ 2006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없는 것은 더욱 아니다.

사전은 여백을 ‘그려진 것 외에 그려지지 않은 부분이나 빈 공간’으로 풀이 하고 있으나 그림으로 보면 ‘여백’ 본래 의미의 절반의 해석도 안된다. 동양화론에서 여백은 작품의 완전한 부분으로 존재한다. 불획지화(不劃之畵·그리지 않은 그림)고 유무상생(有無相生)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한국미술-여백의 발견(11월 1-내년 1월27일)’전을 통해 여백의 의미를 통사적으로 해석해 냈다.

가야 토기부터 고려청자, 백자, 서화및 민화, 근·현대 미술, 사진, 영상 을 여백이란 실로 꿰어 한국미술을 재 조명하고 있다.

겸재의 ‘인왕제색도’, 윤두서 ‘자화상’ 등 국보 4점, 김홍도 화첩 등 보물 10점, 백남준,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이우환,서세옥, 배병우 등 근·현대 유명 작가들이 총 동원됐다.

전시주제는 ‘여백의 발견, 자연’, ‘자유, 비움 그러나 채움’, 상상의 통로, 여백’이다.

‘자연’이란 주제의 첫 전시실에 들어서면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와 합판 위에 인조 크리스털을 이용해 인왕제색도를 재현한 황인기의 ‘방(倣)인왕제색도’가 세월을 뛰어 넘어 마주하고 있다. 시공의 경계를 초월한 예술의 만남이다.

이어 세 그루의 나무가 안개속에 이기봉의 사진 ‘습기-흐르듯 사라진’과 한 그루의 소나무가 외롭게 서있는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가 걸려 있다. 장욱진의 ‘강변풍경’,박수근의 ‘귀가’가 앞의 두 작품과 여백을 주제로 대화를 하듯 전시돼 있다.

‘자유-비움 그러나 채움’이란 두번째 전시실에는 조선시대 ‘달항아리’(보물 10424호)와 달항아리를 유난히도 좋아했던 김환기의 푸른색 점 그림 ‘하늘과 땅’이 유무생생을 견주고 있다.

‘상상의 통로-여백’이 주제인 마지막 전시실에는 극사실주의 회화의 원조격인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이 자리를 하고 있다. 조각가 김종영의 1958년 작품과 백남준의 ‘TV 부처’도 여백이란 울타리에서 거ㅣㄴ객들에게 여백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다.

전시기획자인 이준 삼성미술관 부관장은 “여백은 물질세계를 강조해온 서구정신과 대비되는 동아시아적 가치를 포괄하는 핵심용어로서 비어있지만 기운으로 충만한 세계이고 경계의 차이를 넘나드는 생성의 공간”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미를 새롭게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변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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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作 ‘인왕제색도’
정선 作 ‘인왕제색도’
조선시대 ‘달항아리’
조선시대 ‘달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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