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타고 떠나는 여행 - 충북 단양

남한강
남한강
한낮의 제법 부담스러운 햇빛,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반팔차림의 행인들...

언제부터인지 봄이 너무 빨리 제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 반가운 비가 세상의 갈증을 촉촉이 씻겨 내린다.

수려한 경관과 곳곳의 동굴들, 그리고 소백산의 철쭉이 손짓하는 단양... 그곳에도 비는 내리고 있었다.

*비 내리는 충북선

촉촉하게 비가 내린다. 산과 들에 피어난 초록과 달리는 열차 차창에 흐르는 빗물에 사연을 남긴 사람들만이 이 비를 즐거워 할 듯하다. 비가 그치고 나면 계절은 바쁘게 여름으로 내달릴 테고, 꽃들은 그만큼 더 환하게 웃으며 세상을 울긋불긋 물들이겠지?

5월~ 녹음이 짙푸르게 베어가는 계절! 어렵사리 시간을 쪼개어 나들이 한번 가야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나는 요즘이다. 그리하여 5월이면 철쭉이 만개한다는 단양으로 발길을 잡기로 하고, 충북선 열차에 몸을 맡긴다. 경부선과 중앙선 철도 사이를 오가는 산업철도 충북선엔 충청, 강원, 경북을 오가는 사람들이 모여 갖가지 지방색을 띈다.

대전역을 출발한 비에 젖은 열차는 금방 우수에 젖는다. 승객들마다 턱을 괴고 창밖을 내다보니 말이다. ‘저 끝에 계신 할머니의 무표정한 모습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이어폰을 끼고 인상을 찌푸린 여학생은 또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저런 상념이 오히려 즐겁기만 하다.

1시간 40여분 달리다 보니 커다란 강이 나온다. “무슨 강이죠”라고 옆에 있는 아저씨께 여쭐 태세를 보이자 금방 “충주잖여, 저건 달천강이고”라며 웃으신다. 충주를 지난 열차는 충주댐 근방 동량을 지나면서 자꾸만 산으로, 산으로 들어가더니 어림잡아 7~8분 걸리는 긴 터널을 지난다. 좀 그 아저씨께서 이번엔 먼저 말을 꺼내신다. “무지하게 길지? 아마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들만큼 길거여” “참! 거 뭐더라, 박하사탕인가? 그 영화 찍은디가 이 터널 지나믄 온다던데”라며 “삼탄이여 삼탄”이란 말로 긴 설명으로 끝내신다.

미리 알아본 바에 따르면 삼탄역에서 공전역 사이에 있는 진소천을 지나는 철교에서 주인공 이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친 곳이란다.

심심치 않게 말동무가 되어준 아저씨 때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도착한 제천역에서 중앙선을 갈아타 20여분 더 달려 목적지 단양역에 몸을 내려놓는다.

*단양, 남한강이 먼저 반기네

단양역은 이름모를 산 바로 아래에 서있다. 사람들보다는 시멘트를 실어 나르는 화물 열차들이 ‘주고객’인 이역을 나서자마자 눈부터 시~원해진다. 역 앞에 웅장하리만큼 널따란 남한강이 흐르기 때문이다. 여객 열차가 정차할 때만 사람들을 기다릴 법한 택시들이 횡하니 사라진다. 어물쩍대다간 택시는 고사하고 배차 시간이 10분인 시내버스를 30분씩이나 기다려야 단양 중심가에 갈 수 있다. 하지만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위안을 삼는다.

단양 8경, 여덟 곳을 다 가지 않더라도 가는 곳마다 눈요기가 충분하다. 고수대교 아래 플라이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 언제 와 봐도 아름다운 고수동굴, 볼수록 신기한 도담삼봉, 우리나라 불교 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 더 이상 거론치 않아도 천혜의 관광지다.

이 관광지에서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연분홍 철쭉이 또한번 관광객들을 기다린다고 하니, 단양 남한강변 일원, 소백산 연화봉에서 열리는 ‘소백산 철쭉제’가 그것. 드라마 ‘연개소문’ 오픈 세트장을 중심으로 온달동굴, 온달산성, 구인사, 남천계곡, 레프팅 체험 등을 연계한 하루코스 여행을 즐기만 하다.

어서오라! 철쭉물결. 아쉽구나! 너를 두고 이렇게 발길을 돌리는구나.

*배를 채우는 여행-올갱이 해장국

남한강이 소리없이 굽이쳐 흐르는 단양에는 숙취해소에 탁월한 올갱이가 풍부하다.

육쪽마늘, 어상천 수박 등과 더불어 이곳의 특미 중 하나인 올갱이로 맛을 우려낸 해장국집이 즐비하다.

경치좋은 고수대교 부근에 위치한 청솔식당은 해장국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중 하나다.

아욱, 부추를 풀어놓은 된장 뚝배기속에 수저를 들이대니 알알이 박힌 올갱이가 속살을 드러낸다.

봄에 인근에서 잡아올린 올갱이의 신선한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애주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유를 가히 알만하게 한다.

예닐곱개의 밑반찬 중 마늘짱아지의 향도 입맛을 북돋는다. 값 5000원 전화 043-422-3742 <글 사진 심영운 박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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