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홍원항서 제철 전어와 ‘맛있는 만남’

가을철의 대표적 별미인 전어. 정약전은 흑산도 유배 시절에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기름기가 많고 달콤하다”고 기록했다.

또한 실학자 서유구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의 구분 없이 모두 좋아한다.

맛이 뛰어나 이를 사려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한다.”면서 흔히 인용되는 “가을 전어 머리엔 참깨가 서말”라고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썼다.

전어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데다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DHA와 EPA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또 사이소류신, 라이신, 메티오닌 등 람의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이 8종류나 있는데다 콜레스테롤과 체지방을 분해하는 타우린도 풍부하다.

전어는 주로 전어구이, 전어회, 전어회무침의 3가지 방법으로 먹는다. 이 중 일반인들의 사랑을 널리 받고 있는 것은 노릿하게 구워낸 전어구이. 오죽하면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고 했겠는가.

구이용 전어는 살아있는 것보다 급속 냉동해 둔 것이 좋다. 활어를 그냥 구웠을 경우엔 살이 부서지기 때문이다.

전어구이는 굵은 소금을 뿌려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기름을 빼가며 굽는다. 큰 것은 몸통 중간에 칼집을 넣어주기도 한다.

간이 베어 먹기 편하고, 기름이 적당히 빠져 고소한 생선 육질을 느낄 수 있다. 먹을 땐 뼈를 발라내지 않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씹어 먹는다.

회도 비늘과 내장만 제거한 뒤 뼈째 썬 ‘뼈꼬시’로 먹는다. 상추에 마늘과 고추를 얹고 전어회에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는다. 어떤 사람들은 지방이 많은 가을 전어같은 생선은 된장에 찍어 마른 김과 묵은 김치에 싸먹는 것이 제격이라고 하기도 한다.

잘게 채를 썬 회에 양파, 당근, 오이, 깻잎, 배 등과 갖은 양념으로 새콤달콤하게 무친 전어회무침 또한 인기이다. 지방이 많은 가을 전어의 느끼한 기름 맛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매콤달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 데다 야채까지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이다.

전어가 가장 맛있는 가을철을 맞이해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마량항과 이웃한 도둔리 홍원항엔 지금 전어잡이가 한창이다.

예전엔 서천사람들에겐 전어는 누구에게 거저 주기도 미안할 만큼 천대받던 물고기였다. 하도 많이 잡히는데다가 서천군 인근 해역에는 우럭, 광어, 도미 같은 고급어종이 넘쳐났기 때문. 그러던 중 불과 7~8년 전부터 전어를 잡기 시작했다. 전어가 인기 있는 경남 사천, 마산, 부산 등지에서 전어잡이를 부탁해오면서 시작된 것이다. 서천에서 낚아 올린 전어의 7~80%는 부산 ․ 경남으로, 10%는 수도권으로 보내진다.

서천사람들이 설명하는 전어가 서천군에서 많이 잡히는 이유는 서해안의 뻘과 민물이 전어의 서식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금강 하구에 위치한 서천군의 인근 해역은 민물의 유입으로 바닷물이 다소 싱거워 전어들이 좋아한다 것. 수족관에도 바닷물과 민물이 절반으로 섞여야 전어가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서천군 앞바다 갯벌은 전어에게 풍부한 영양을 제공해 서천 전어의 맛은 천하제일이라고 서천사람들은 말한다.

서천 전어는 매년 봄에 비인만에 산란하고 여름을 보낸 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서해의 먼 바다로 이동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 동안 체내에 지방을 축적하는데, 지방 함량이 2.4%에서 6%까지 높아진다.

또한 가을이면 전어의 천적인 삼치가 서천군 해역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지내던 전어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게 돼 전어잡이가 한층 쉬워진다.

서천군에선 지난 2000년부터 전국 최대 전어 집산지인 홍원항에서 서면개발위원회 주최로 ‘서천 홍원항 전어축제’를 열고 있다. ‘전국 최초 전어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해마다 많은 손님이 찾는 서천의 대표 축제 중 하나이다.

7회째를 맞는 홍원항 전어축제는 올해엔 지난 16일에 시작해 29일까지 성황리에 열렸다.

홍원항 일원에 축제 먹거리 부스가 설치되고 인근 횟집에서도 저렴한 가격표를 책정해 같은 가격에 전어요리를 제공했다.

올해는 남해안 전어 산지들이 전어 가뭄을 겪은지라 예년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았다.

<舒川=崔秉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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