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 130리 뱃길여행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이제는 제법 아침 저녁으로 쾌 선선한 바람이 느껴진다. 그 찬란했던 여름의 한복판에서 벗어나 멀리 펼쳐지는 푸른 들녁과 크고 작은 산들 속의 강과 호수 등의 자연 풍경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 온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에서 벗어나 온몸의 감각이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시기이기에 바다같은 호수 충주호 물길를 따라 떠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충주호의 절경과 문화유적

충주와 제천, 단양을 아우르는 충주호는 흔히 ‘육지 속의 바다’라는 말로 표현될 만큼 소양호(29억t) 다음으로 담수량이 큰 호수이다. 충주호는 충주권의 다양한 중원문화유적, 제천권의 월악산과 단양의 단양팔경 그리고 수안보온천과 리조트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어우러진 중부권 최대의 관광벨트다.

충북일대를 휘감아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를 막아 만든 다목적 호수인 충주호는 충주에서 단양까지 무려 52㎞에 이르는 뱃길을 품고 있다.

이 매머드급 인공 호수는 지난 7월 집중호우 때 수도권 수위조절로 북부권의 상류지역 침수로 수해를 입었을 정도로 실용적인 측면 못지않게 빼어난 관광자원의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충주댐나루터에서 쾌속관광선과 대형유람선를 타고 충주호 뱃길 52㎞(130리)를 달리는 여행은 옥순봉, 구담봉, 만학천봉, 초가바위, 고래 바위, 현학봉, 오노동, 신선봉, 강선대, 버들봉, 오성암, 설마봉, 제비봉, 두무산 등을 구비돌아 신단양(장회)나루까지 운항되고 있다.

호수를 따라 떠나는 여행은 대전을 기점으로 했을 때 충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전이나 충남에서는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이용, 충주에 다다르기 때문에 제천과 단양권의 여행스케줄은 충주에서 시작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달천이 남한강과 만나는 충주는 국토의 한 복판이라는 의미에서 흔히 ‘중원’로 불린다. 중원은 멀리 삼국시대에 삼국이 뺏고 빼앗기는 격전지로 중요한 문화유산이 많다. 충주 가금면 일대에는 충주가 자랑하는 국보급 문화재인 중원고구려비와 중원탑평리7층석탑, 탄금대가 자리잡고 있다.

중원고구려비는 고구려 장수왕의 한강유역일대 점령을 기념하는 비석으로 남한에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고구려 유적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탑평리에는 탑평리7층석탑이 있다. 현존하는 신라탑 중 가장 큰 이 탑은 국보 6호로 지정된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 공원에는 충주박물관도 있다.

충주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인 탄금대도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악성 우륵이 거문고를 켜던 곳이라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으나 정작 우리에게는 임진왜란 때 명장 신립이 장렬하게 전사한 곳으로 더 유명하다.

강줄기를 끼고 기암괴석이 호기롭게 펼쳐져 있는 풍경이 인상적인 동량면에는 충주댐이 있다. 충주호를 만든 댐인 만큼 그 풍채가 당당하다.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풍부한 수량과 넓은 수면, 심한 굴곡과 경사도로 인해 어종이 풍부해 사철 낚시꾼으로 붐빈다.

호수 풍경을 뒤로는 멀리 월악산이 보이는데, 월악산으로 가는 길에 충주권의 마지막 문화유적이라 할 수 있는 미륵리사지를 둘러볼 수 있다. 거대한 석불입상을 비롯 수많은 석조유적들이 천년 세월의 이끼를 둘러쓰고 묵묵히 서 있는 광경이 의미심장하다.

미륵사지가 있는 충주시 상모면은 제천시와 경계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미륵리에서 송계계곡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곧장 달려가면 제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가라고 할 수 있는 청풍호반에 이른다.

청풍호반의 하이라이트는 청풍문화재단지다. 호수의 푸른 물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직한 언덕 위에 자리잡은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호를 건설한 당시 수몰될 운명에 처했던 청풍면 일대 한벽루, 팔영루 등의 문화재와 오래된 민가들을 산기슭에 터를 닦고 모아 놓은 곳이다. 문화재단지 바로 아래에서 조금만 더 움직이면 청풍나루에 다다른다. 청풍호반 정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도 일품이거니와 무엇보다 금강산 봉우리들을 축소해 옮겨놓은 듯 뾰족한 바위들이 군락을 이룬 모습이 대단한 장관이다. <忠州=嚴在天·朴光春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