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양평군 토종씨앗'
유전자 변이 농산물 많아져
소비자, 안전한 먹거리 원해
토종자원 거점단지 등 운영

양평군은 지난 9월부터 청운면 가현리 토종자원 거점단지를 중심으로 `350여종의 토종벼 벼베기`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양평군 제공
양평군은 지난 9월부터 청운면 가현리 토종자원 거점단지를 중심으로 `350여종의 토종벼 벼베기`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양평군 제공
가을장마와 10월 초부터 시작된 무더위, 그리고 갑작스러운 한파까지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수확이 한창이어야 할 전국 산지의 배추가 밭에서 썩어가고 있다. 고온현상으로 배추가 성장을 멈추고 물러지는 `무름병`, 배춧잎이 마르는 `갈색줄무늬병`으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배추가 많다 보니 출하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추가 귀해지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김장철을 맞아 배추와 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르자 김장을 포기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경기도 양평군은 지난 8일과 9일 `토종배추 김장축제 및 나눔 행사`를 열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김장김치 나눔 행사를 열었다. 그 자신감의 근거는 급작스런 기후 변화에도 꿋꿋하게 자란 `양평 토종배추`다. 배추뿐만이 아닌 벼 등 강한 생명력과 다양한 품종의 토종 유전자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이유다.

■ 깔끔하고 아삭한 토종 조선배추 김장 담그기

 "옛날 양평에서 재배한 토종배추여서인지 재배는 수월했어요. 전국에 배추농사가 큰 피해를 보았다고 하는데, 우리 토종배추는 병해에 강해 문제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약간 속이 덜 찼다는 것이 흠일 뿐 배추의 식감은 좋습니다."

 한국생활개선회 양평군연합회(회장·박성미, 이하 생활개선회)는 최근 양평군농업기술센터 교육관에서 토종배추 김장 김치 담그기의 레시피를 정확히 배우기 위해 서울 경기 김치 명인 황미선 쉐프의 `양평 조선배추 김장 담그기` 강좌에 참여했다.

 생활개선회는 지난 8월 말 지평면 송현리 4천㎡ 규모의 밭에 토종인 조선배추, 구억배추와 곡성무, 횡성밑갓 등 6천여 포기를 심어 5천여 포기를 수확했다. 박 회장은 "토종 조선배추는 일반적으로 속이 노란 개량배추와 달리 키가 50㎝ 정도로 길고, 속보다는 녹색 잎이 많아 영양소가 풍부해요. 얼핏 보면 개량배추와 갓의 중간 형태이죠. 맛도 단맛보다는 매운맛이 강하고, 수분이 적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합니다. 또한 뿌리인 배추 고갱이 맛도 일품"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황 쉐프의 레시피에 따라 김장 김치를 만들 아삭아삭하면서 깔끔한 맛에 연이어 감탄했다. 생활개선회 250여 회원들은 양평 조선배추로 담근 김치를 `토종배추 김장축제`와 발표회 나눔행사에 각각 1천포기를 사용하고 나머지 3천포기는 `양평농촌나드리`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 토종쌀 350여 종 수확… 연말 시제품 출시

 올 가을 내내 황금 들녘을 이루었던 양평군 청운면 가현리 `토종자원 거점단지`는 가을걷이가 막바지다. 지금은 9월 초 조생종으로 시작해 10월 말 만생종까지 수확한 350여 종의 토종벼의 자연 건조와 탈곡 작업이 한창이다.

 `토종자원 거점단지` 외에도 양평군은 10여 년간 토종벼 지킴이로 활동해 온 `우보농장`(대표·이근이)과 협업을 통해 12개 읍·면 20여 개 농가(농가당 4천㎡)에 메벼와 찰벼 등 총 30여 개의 품종을 재배했다. 이근이 대표는 볍씨를 채취할 목적으로 품종마다 16.5㎡ 규모로 심고 섞이지 않도록 일일이 손으로 모를 내고,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나 유기질비료도 전혀 쓰지 않은 전통농법으로 재배했다. 수확도 낫으로 벼 한 포기씩 베었다.

 주력 품종을 선정할 때도 20여개 농가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했다. 독실한 천주교인에게는 천주도, 인재가 많이 나온 옥천면에는 용천, 동물 이름의 흑저도·쇠머리지장·늦닭벼, 북한 품종의 북흑조·평양·해조, 과거 양평에서 재배된 노인도·강릉찰 등을 고루 나눠 심었다.

 토종쌀의 특징은 다양성과 희소성이다. 시중에서 개량종 고품질 쌀(10㎏)이 4만~5만원에 판매된다면, 토종쌀은 15만~25만원으로 4~5배 높은 가격에 유통된다.

 총 10만㎡ 논에서 수확한 토종벼는 특성 연구를 통해 지역적응 품종을 선발, 양평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토종벼 연말 시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클라우드펀딩(소액개인투자) 방식으로 생산을 확대해 나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토종 품종에 대한 자랑은 이어진다. "품종마다 고유의 맛이 있고 색과 모양이 다 다릅니다. 또 저마다 독특한 유래가 있어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어요. 게다가 그 쓰임도 모두 다릅니다." 토종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보니 재구매율도 높다.

■ 미래 100년 먹거리 양평군 `천년씨앗 백년틔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느 때보다 `면역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네 식단은 유전자 변이 농산물과 각종 화학물이 첨가된 `초가공 식품`이 점유한 지 오래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먹거리만큼은 안전하고 가능하면 더 영양가 높은 특별한 것을 찾고 있다.

 정동균 양평군수는 이렇게 말한다. "1910년 일제강점기 이후 토종씨앗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면,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다국적기업들이 한국의 종자회사를 대거 인수하면서 우리의 종자 주권이 사라졌다고 봅니다. 이를 되찾기 위해 양평군에서는 우리 땅에서 수백 년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이겨낸 38개 작물 67품종 198점의 토종 씨앗을 구해 이를 재배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양평군은 각종 중복규제 속에 자구책으로 1998년 친환경 농업을 선포한 이후, 2005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 농업특구`로 지정되며 20여년간 친환경 농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정 군수는 2018년부터 토종 씨앗의 발굴과 보급부터 생산, 가공, 유통까지 아우르는 `토종자원클러스터` 기반을 구축해 양평군 친환경농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는 친환경 인증 농가 1천47가구가 있습니다. 토종 씨앗만 있으면 언제든 바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코로나19라는 것이 결국 면역력 싸움이라면 우리는 다양한 토종 농산물만 만들면 됩니다. 이젠 100세까지 살려면 양평 농산물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평군은 `토종자원클러스터` 거점단지를 통해 토종 농산물을 확대 보급하기 위해 `물맑은 양평`과 함께 토종 종자 이름을 `천년씨앗 백년틔움`이라 정하고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한신협·양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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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이 `토종자원 보존 거점기반 단지`에서 농업회사법인 우보농장과 함께 나눔행사를 개최한 `토종볍씨`들. 사진=양평군 제공
양평군이 `토종자원 보존 거점기반 단지`에서 농업회사법인 우보농장과 함께 나눔행사를 개최한 `토종볍씨`들. 사진=양평군 제공
한국생활개선회 양평군연합회가 양평군농업기술센터 교육관에서 서울경기 김치 명인 황미선 쉐프의 `양평 조선배추 김치 담그기`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양동민기자
한국생활개선회 양평군연합회가 양평군농업기술센터 교육관에서 서울경기 김치 명인 황미선 쉐프의 `양평 조선배추 김치 담그기`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양동민기자
한국생활개선회 양평군연합회가 양평군농업기술센터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경기 김치 명인 황미선 쉐프의 `양평 조선배추 김치 담그기`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양동민 기자
한국생활개선회 양평군연합회가 양평군농업기술센터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경기 김치 명인 황미선 쉐프의 `양평 조선배추 김치 담그기`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양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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