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정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연구부 연구원
손은정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연구부 연구원
우리가 흔히 아는 통풍은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치 호랑이가 무는 것처럼 관절 이곳 저곳에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는 의미로, 통풍은 극심한 통증이 수반되는 질병이다.

통증의 왕이라 불릴 만큼 큰 고통을 유발하는 통풍은 퓨린(Purine)이라는 단백질의 대사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요산이 혈액에 쌓이며 발생한다. 요산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관절 연골과 힘줄 주위 조직에 날카로운 형태의 결정이 침착돼 염증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때 극심한 통증과 열감, 붓기 등이 유발된다.

요산 수치가 성인 남자의 경우 7.0㎎/dL, 여자의 경우 6.5㎎/dL 보다 높을 때 `고요산혈증`이라고 한다. 고요산혈증 자체는 아무런 증상을 나타내지 않지만 수년간 지속되면 통풍성 관절염 등의 질병이 나타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통풍환자 수는 43만 명으로 최근 4년 동안 약 40%가 증가했으며 40-50대 남자에게서 가장 발병률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인스턴트, 음주 등의 요인으로 인해 발병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날씨가 더워질수록 `치맥`을 즐기다 통풍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2018·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도 7월이 가장 많았다.

치맥에는 혈중요산 농도를 높이는 퓨린이 많이 함유돼 있다. 특히 맥주 효모는 통풍 환자들이 절대적으로 금해야 할 정도로 퓨린 함량이 높다. 퓨린은 치맥 외에도 육류, 등 푸른 생선, 시금치 등에 많이 함유돼 있는데 건강한 사람의 경우 해당 식품을 많이 섭취하더라도 큰 이상이 없지만, 요산 대사의 불균형, 유전요인, 술과 고기를 과도히 즐기는 식습관, 비만 등 환경 요인이 있을 경우엔 조심해야 한다.

더구나 여름에는 음주량도 늘어나지만 더위로 인한 탈수 증세가 겹치면서 혈중 요산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어려워 통풍 발생률이 더 높아진다. 고요산혈증 치료에 알로퓨리놀(Allopurinol)과 같은 의약품을 사용하지만 부작용은 물론, 의약품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발작과 같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는 약을 잘 먹지 않는다.

이에, 식품 원료로도 사용될 만큼 안전하면서도, 혈중 요산농도를 낮춰 통풍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차나 탕액으로 복용할 수 있는 한약재 및 처방을 필자가 속해있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 성과와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어혈과 독을 없애는 데 사용하는 감국(국화)과 혈액이 잘 흐르게 해주는 계피다. 한의학연에서 수행한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에서 감국과 계피 복합물이 혈중 요산 농도를 현저히 낮추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감국과 계피는 개별적으로도 효과가 있지만 복합물로서 더 효과가 있으므로 복합하여 차로 달여 꾸준히 마시면 독소도 제거하고 혈액순환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혈중 요산을 낮춰 통풍 예방 및 개선효과 또한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두 번째로, 여름에 더위를 먹어 기력이 없을 때 사용하는 오미자를 인삼, 맥문동과 함께 구성한 처방인 `생맥산`이다. 생맥산 역시 한의학연이 수행한 동물실험에서 혈중 고요산 농도를 낮추는 탁월할 효능이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추가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하지만, 치맥을 자주 하게 되는 여름철에 생맥산을 복용하면 기력도 북돋우며 통풍을 예방하는 효과 또한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손은정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연구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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