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체 관리 소홀에 법원 실수까지, 사회 전반 의식 미흡

얼마 전 대전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퇴근 길에 한 가구업체 배송차량이 출입로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본 아파트 입주민 최모 씨가 경적을 울렸는데, 이를 들은 배송기사가 차에서 내리면서 대뜸 욕을 퍼부었다. 현장에서 더 이상 시비가 확대되지 않았지만, 불쾌함을 느낀 최 씨는 해당 업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이후 모르는 번호로 최 씨에게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했다. 받아보니 휴대폰 너머 상대는 바로 실랑이를 벌였던 배송기사였다. 사과 차원의 전화라고 밝혔지만, 최 씨는 황당했다. 업체 측에서 최 씨의 개인정보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 씨는 다시 업체에 전화를 걸어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최 씨는 "배송기사의 욕보다도 회사의 무신경한 대처가 오히려 더 불쾌했다"면서 해당 업체에 대한 고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 씨는 이어 "업체가 당사자 동의 없이 배송기사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준 건 개인정보 유출이 아닌가"라며 "상대는 내가 사는 곳도 다 알고 있는데, 혹시 무슨 일을 당하지나 않을까 싶어 순간 무섭기도 했다"고 밝혔다.

업체 측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최경진 개인정보전문가협회 회장은 12일 "회사와 배송기사 사이의 법률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배송기사가 독립된 개인사업자라고 한다면 회사는 (개인정보를) 최초 수집한 목적의 범위를 벗어나서 배송기사에게 제공한 것"이라고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았다.

개인정보의 유출·오용 등을 근절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이 지난 2011년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최 씨처럼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2018-2020년) 간 매해 1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신고가 해당 기관에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경진 회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인식률을 높이고, 의식 수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업자는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관은 분쟁 해결이나 민원 처리 방법 등에 대한 홍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진웅·김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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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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