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민간특례사업이 아닌 자체 부지 매입에 나선 대전시가 진퇴양난에 처했다. 교통·경관문제 등을 이유로 민간 개발을 배제한 후 줄지어 열린 소송에서 패소, 행정 집행 당위성에 상처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공원 부지 매입에 따른 재정 압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개발에 나섰다가 사업자 지위를 상실한 민간사업자 등에 대한 비용 보상도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적지 않다.

14일 시에 따르면 일몰제 대상 공원 26곳 중 해제 시 난개발이 우려되는 12곳(행평, 사정, 대사, 호동, 길치, 복용체육, 오정, 매봉, 목상, 판암, 세천, 월평 갈마지구)의 부지 매입을 추진 중이다.

이날 기준 전체 면적 95% 매입을 마친 상황인데, 총 397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월평공원(정림지구)·용전·문화 등 3곳은 민간사업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시가 발행한 지방채 규모는 1300억 원에 달한다.

공공 개발을 목표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에 수천 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 부은 시 입장에선 향후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행정 연속성 확보가 문제다.

민간이 아닌 공공개발로 방향키를 튼 도시공원 조성이 잇따른 행정소송 패소로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매봉공원과 1심에서 패소한 월평공원(갈마지구) 등의 향후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남은 소송에서 종전 판결을 뒤집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게 부담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민간 사업자로부터 요구 받게 될 손해배상 청구 소송 역시 상당 부분 어려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짙다.

공원 부지 매입을 위해 사용한 막대한 예산이 가져 올 나비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재정 압박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시가 도시 공원을 매입하는 데 쓴 예산은 지금까지 3900억 원을 넘어섰다. 더욱이 장기간 사업 지체로 훌쩍 오른 토지 보상비가 발목을 잡고 추가 매입이 필요한 공원이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정된 예산으로 공원을 매입하다 보니 다른 현안 사업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 베이스볼 드림파크, 둔산 센트럴파크 조성 등 민선 7기 대규모 사업들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재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시민 전체를 위한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지 일부(공원 이용객)만을 위한 예산이 쓰인 게 아쉽다"며 "주요 현안 사업과 복지, 교육, 기반시설 조성 등에 쓰일 예산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 관계자는 "대규모 공원 매입비 등을 편성하면서 다른 현안사업 정상 추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시 관계자는 "민간사업자가 제기한 소송 최종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법원의 판단을 감안해 이에 맞는 대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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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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