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탈모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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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모발은 생리적 역할만을 수행하는 반면, 인간의 모발은 기능적·생물학적 측면 뿐 아니라 미용적·정신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상적으로 모발이 성장해야 할 부위에 탈모가 발생하면, 당사자는 탈모 질환이라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비롯해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할 수 있다. 원형 탈모증은 경계가 명확한 원형의 탈모반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두피에 하나 혹은 수개의 탈모반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두피 전부를 침범(전두탈모증)하거나 두피·전신의 모발을 침범(범발성탈모증)하기도 한다. 전 인구 중 0.1-0.2%에서 발생하고, 남녀 모든 연령에서 생길 수 있지만 절반 이상의 환자가 20대 이전에 탈모가 처음 발생한다. 이영 충남대병원 피부과 교수의 도움말로 원형 탈모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원인=아직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T림프구에 의해 매개되는 자가면역 질환의 하나로 추정된다. 면역 체계의 교란으로 몸 안의 정상 털들이 갑자기 외부의 물질로 인식돼 염증 세포로부터 공격당하고 털이 끊어지면서 빠지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전장유전체연관분석연구에서 원형 탈모증 환자의 염증과 관련된 다수의 유전자의 유전자변이(단염기다형성)가 밝혀지기도 했다.

◇형태와 진행 양상=환자마다 매우 다양한데, 한 개 내지 여러 개의 경계가 분명한 원형 탈모반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탈모반이 커지거나 합쳐서 불규칙한 모양(다발성원형탈모증)을 만들기도 하고, 두피 경계를 따라 긴 뱀모양(사행성탈모)으로 빠지기도 한다. 심하면 두피 전체 모발이 빠지거나 몸 전체 털이 빠지기도 해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흔히 있다.

◇진단과 치료=원형탈모는 대개 건강과는 무관하지만 손발톱 이상, 갑상선 질환, 백반증, 홍반성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른 자가 면역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어 증상이 있는 경우 혈액검사 등이 필요하다. 치료 방법을 선택할 때에는 환자의 나이, 기저질환, 탈모의 범위, 기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보통 탈모반 수가 적으면 면역억제제인 스테로이드, 마이녹실 등을 국소부위에 바르거나 탈모반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탈모가 심한 경우에는 접촉감작요법 혹은 다양한 전신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그 외의 방법으로는 냉동치료, 광선치료 등이 있으며, 이런저런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는 환자에서는 가발 착용이나 두피 문신도 치료의 한 방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행히 최근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과 관련된 신호 전달 체계인 `야누스키나아제(Janus kinase)` 억제 물질이 원형 탈모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보고됐다. 관련 임상연구도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야누스키나아제 억제제인 룩소리티닙과 토파시티닙, 바리시티닙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개발된 약인데, 원형 탈모 동물 모델에 사용해 탈모가 회복된 게 확인됐다. 원형 탈모증 환자에서도 모발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 현재 바리시티닙은 전세계 중증원형탈모증 환자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임상 2/3상 긍정적인 결과로 미국 FDA에서 혁신 치료제로 지정돼 이른 시일 내에 중증 원형탈모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받고 있다.

◇예후=원형 탈모증은 그 경과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50% 내외 환자에서 원형 탈모를 치료하지 않아도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 머리털 전체가 빠졌다가도 말끔히 치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수년 이상 재발을 반복하며 만성적인 경과를 보인다. 특히 탈모의 범위가 넓은 경우 측두부나 후두부를 침범하는 사행성탈모증, 사춘기 이전 소아에서 발생한 경우, 손톱변형이 동반된 경우, 원형탈모증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아토피가 동반된 경우는 안 좋은 예후를 갖는다.

원형 탈모증은 국소적으로 발생한 경우 쉽게 치료가 될 수 있지만, 심한 경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피부과 전문의의 판단과 지시에 따라 꾸준히 치료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

장진웅 기자·도움말=이영 충남대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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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충남대병원 피부과 교수
이영 충남대병원 피부과 교수

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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