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개선대학서도 불안감 감지…"상황 열악"
평가 기준 맞추기에 사활 거는 지역 대학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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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로 평가 대학을 구분해 미흡한 학교의 예산 삭감, 등록금 지원 제한 등을 논의하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앞두고 대전 대학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대학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대학구조조정 정책으로 이번 평가를 통해 대학의 미래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일부 대학은 지난해 대학역량평가에서 한 차례 고난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평가 결과가 주목된다.

◇배재·우송대 `기사회생`…`고심` 여전한 대전 대학

3주기 대학역량평가를 앞두고 대전 대학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앞선 평가에서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등 대전 대학들의 위기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에 따르면 전국 자율개선대학은 진단 대상 대학 323개교(일반대학 187개교·전문대학 136개교)의 64%인 207개교(일반대학 120개교·전문대학 87개교)다. 역량강화대학으로는 2단계 진단 실시 대학 86개교 중 66개교(일반대학 30개교·전문대학 36개교)가 선정됐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Ⅰ은 9개교(일반대학 4개교·전문대학 5개교),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Ⅱ는 11개교(일반대학 6개교·전문대학 5개교)다.

대전을 놓고 보면, 지난 평가에서 일반·산업대학에서의 자율개선대학으로는 대전·배재·우송·충남·한남·한밭대가, 전문대에선 대덕·대전과학기술·대전보건·우송정보대가 선정됐다. 역량강화대학으로는 목원대가 선정됐다. 배재대와 우송대는 1차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종 결과에서 기사회생한 반면 1단계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됐던 목원대는 역량강화대학으로 한 단계 밀려났다.

다행히도 지난 평가에서 정부의 재정지원 등의 제한을 받은 대학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올해 3주기 평가를 앞두고 대전 대학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려했던 신입생 충원 미달이 현실화되면서다. 대전 A 대학 B 학과의 경우, 20여 명의 추가모집 인원에 한 자릿수의 지원자가 신청해 경쟁률이 0.09대 1을 보이는 등 대전 대학들이 받아 든 올해 신입생 모집 성적표는 비교적 초라하다.

특히 올해 평가에선 학생 충원율 배점이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2배 높아지는 등 대학들의 부담감은 커지고 있다. 대학역량평가는 교육비 환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 6개 항목과 13개 지표로 평가되는데, 결과에 따라 하위 대학은 재정 지원사업 참여나 국가장학금 등 각종 정부 재정지원에 제한을 받게 되는 구조다.

지난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 평가보다 올해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며 "지난 평가에선 다행히도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지만 올해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불안감을 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평가 진단 지표 중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의 비중을 확대해 대학이 자체 계획에 따른 적정 규모화 결과를 진단에 반영한다"면서도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취업률 등의 진단 지표에서 만점기준을 각각 수도권·비수도권, 권역별로 분리·적용해 소재 지역의 여건이 진단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지 충원율` 개념을 도입해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 재학생 충원율을 충족한 경우에만 재정을 지원한다"며 "이번 평가에선 전임교원 확보율 배점이 상향됐고 대학의 특성화 방향에 따른 융합교육 등 학사구조 및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개선 성과를 진단해 대학혁신지원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가능한 대학 등의 명단은 내달,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는 오는 8월 발표될 예정이다.

◇`지방 대학 죽이기`라는 의견 다수…`新 정책` 대두 필요성 제기 목소리도

대학역량평가를 눈 앞에 둔 대전 지역 대학가는 긴장감에 횝싸였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역대급 신입생 미달사태를 겪은 데다가 교육부가 제시한 진단 기준이 지방의 여건을 반영하지 못해 지방 대학들이 지표를 충족하는 것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부실대학을 거르는 사전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선 일반대학 기준으로 형·재정책무성을 비롯해 교육비 환원율(127%), 전임교원확보율(68%), 신입생 충원율(97%), 재학생 충원율(86%). 졸업생 취업률(56%) 등 총 6개 지표의 최소기준을 맞춰야 한다. 미충족 지표 수에 따라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이 지정되는 방식인데, 3개를 충족하지 못하면 재정지원대학Ⅰ유형, 4개 이상일 경우엔 재정지원대학Ⅱ유형에 포함된다.

대전 A 대학 관계자는 "사전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 제외되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도 차등 제한을 받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며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가 달리면서 다음 입시에서 신입생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돼 말 그대로 악순환"이라고 토로했다.

사전평가를 통과해도 오는 5월 실시되는 대학역량평가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신입생 미달사태로 쓴 맛을 본 지역 대학들은 진단 지표 중 학생 충원율이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2배 오른 점이 유독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부담 요인인 `전임교원확보율`도 10점에서 15점으로 증가했다. 학교에 학생들이 줄어들고 등록금은 몇 년째 동결인 상황 속에서도 전임교원확보율을 충족해야 하는 대학들이 인건비로 인한 재정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역량평가는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연계돼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평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고 학생들은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지방 대학은 전임교사를 확보하고 신입생도 충원해야 한다"며 "지방의 교육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도권 위주의 진단 지표에 공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역의 여건을 배려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만점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기로 했음에도 일각에선 주요 지표에서 점수 차이가 불과 1점 미만으로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 정부가 내놓은 대학역량평가가 결국 지역 불균형 문제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적잖다.

강석규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는 "진단평가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지방대학은 자율적으로 정원을 축소하고 있다"며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그대로 유지돼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가게 되면 결국 인구가 적은 지방 대학과 전문대는 자멸할 수 밖에 없으며, 대학의 운명을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살라는 시장 논리로 적용한다면 그동안 지역 대학이 살린 지역 경제 또한 폭삭 주저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불리는데 당장 지금의 환경도 반영하지 않은 진단 평가는 고등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시장 논리에 맡길 것이라면 각 대학에 손을 떼고 각자 도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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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사진=연합뉴스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사진=연합뉴스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 사진=교육부 제공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 사진=교육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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