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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비대면 설 풍경 명암

2021-02-07 기사
편집 2021-02-07 16:15:40
 임용우 기자
 win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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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이상 가족 모임도 금지…곳곳서 신 풍속도
가족 간 명절 모임 제한에 벌써부터 갈등 감지
대학생·취준생, 스펙 쌓기…세배·성묘는 온라인으로

첨부사진1명절 온라인예절교육 [사진=대전일보DB]

코로나19가 전통 명절인 설의 풍속도마저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정부의 5인 이상 가족 모임 금지라는 초유의 사태에 형제 간 고향집 방문 일정을 달리 하는가 하면 차례 등 역할을 놓고선 가족간 갈등 조짐도 감지된다. 대다수 대학생과 취준생들은 거리두기를 핑계(?) 삼아 아르바이트와 스펙쌓기, 취업준비 등으로 연휴 일정을 꽉 채워놨다. 온라인 세배 등 디지털 명절 문화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8일부터 오는 14일까지 비수도권의 영업 시간 오후 10시까지 완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유지 조치를 내렸다. 직계가족도 주거지가 다를 경우 단속 대상이 된다. 어길 시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추석 연휴 당시 권고 수준에 그쳤던 고향 방문 자제가 강제적 조치로 바뀐 셈이다. 설 명절 민족 대이동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처럼 가족간 5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초유의 사태가 오는 설 명절 신(新)풍속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직장인 김 모(43·대전 서구)씨는 "이번 설 연휴에는 가족들과 상의한 결과 고향 가는 날을 각자 다르게 하기로 했다"며 "가장 큰 집안에서는 연휴 첫 날 선산을 찾고, 둘째 집에서는 당일에 차례를 지내기로 결정했다. 막내인 우리집은 연휴 마지막 날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명절을 대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 명절음식을 만들고 차례를 지냈던 예년 설 풍경은 찾아볼 수 없게된 셈이다.

자손들의 고향집 방문을 희망하는 부모세대와 방역을 중시하자는 젊은 층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일부에서는 가족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대전·세종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맘카페 등에서는 시부모와의 갈등을 하소연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차례와 세배 등이 대부분 가정 내에서 진행되는 만큼 방문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장자(큰 아들)'들에게만 가혹한 설 명절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항상 같이 해왔던 명절준비를 각 집안의 큰 아들이 나서야 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전업주부 신모(44·대전 중구)씨는 "큰 아들의 아내라는 이유로 설 명절 준비를 혼자 하게 생겼다"며 "준비하는 음식은 줄겠지만 혼자서 할 생각을 하니 그마저도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대학생과 취준생도 이전에 없던 설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김모씨는 "오는 6월 필기시험을 앞두고 고향집에 내려가는 걸 고민했다. 마침 정부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처를 내려 고향 집에 안 갈 핑계가 생겼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는 "부모님이 큰집에 가는 설 연휴 집에서 혼자 토익을 준비해 이달 시험에서 900점을 맞는 게 목표"라며 설 연휴 계획을 스펙 쌓기로 정했다.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에 나설 계획인 대학생 박모씨는 "시급이 높은 알바를 해 그동안 사고 싶었던 옷과 신발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설 명절 당연시 됐던 세배와 성묘에 있어서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가족간 물리적으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스마트폰 등 영상을 통해 세배를 하고 세뱃돈은 온라인으로 송금한다. 성묘는 가족 중 일부가 고향 선산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대신한다는 계획이다. 자영업자 조모(34·대전 유성구)씨는 "추석 같으면 벌초 등이 있어 부득이 가족간 모임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번 설은 그럴 필요가 없어 아버님이 영상통화로 성묘를 대신하지고 했다"며 "조상들에게는 죄송스러운 마음이지만 '비대면 설 연휴'인 만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국립 대전현충원은 대면 성묘를 금지하고 온라인 참배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헌화와 참배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대신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는데다 외부 나들이에도 제약이 걸리며 층간 소음 증가로 인한 이웃간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용우·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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