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대전을지대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
이선미 대전을지대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
"우리 병원도 코로나 환자 받는다면서요."

A환자가 웃으며 건넨 새해 인사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은 곧 오픈할 감염병 전담병동 운영을 위해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늘어나는 코로나19 중증 환자보다 수용하고 치료할 지역 내 의료시설이 부족한 재난 상황에 대한 지원이다. 환자는 이러한 병원 사정을 알은체하며 집에서 뉴스로 소식을 접하고 순간 손뼉을 쳤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상의 아주 가까이 있다는 걸 느낀다. 코로나19가 터지고 1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전에 없던 5인 이상 집합 금지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대하는 이곳 혈액투석실 환자들의 분위기도 초기와 지금이 다르다. 하루걸러 혈액을 걸러내야 하는 만성신장병 환자들은 자신이 드나드는 병원이 안전한지에 대해 자주 확인한다. 혹시 병원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이 발생했는지, 만약 확진자가 있으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병원 내 전염병 예방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등이다. 한 공간에서 혈액투석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은 불안을 드러내며 서로에게 생활동선을 알리기도 한다. 환자들끼리도 안전을 향한 조언자가 되거나 감시자가 되는 것이다. 취약층인 자신들의 활동반경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 누구도 코로나19에 안심할 수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전시 안전 안내문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현재 9백 명을 넘어섰다는 걸 알리고 있다. 확진자가 자가격리만으로 안전할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노약자가 감염되어 치료가 필요하다면 의료자원이 필요한데, 현재 그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신규 확진자가 매일 500명이 넘는 상황이다. 예전과 달리 치료받을 병상을 찾아 거주지를 떠나 먼 지방으로 이송되는 경우도 뉴스를 통해 접했다. 사실 그마저도 치료할 공간이 있으면 다행인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적 환경이 필요할 때 의료자원으로 의료인과 상급 의료시설이 적절히 배치될 수 없음이 안타깝다. 그래서였을까. A환자는 오랫동안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 감염병동 시스템을 갖춘다고 하니 막연히 자신도 필요할 시 여기서 보호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최근 타지역의 투석환자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투석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 퇴근 무렵 받았던 전화내용이 떠오른다. 며칠 입원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 상급병원으로 간 B환자의 전화였다. 같은 공간에서 투석 받던 환자가 코로나19 확진이 되었단다. B는 밀접접촉자로 즉시 퇴원을 권고 받았다고 한다. 당시의 처지를 알리며 매주 세 번씩 병원을 방문해 투석 받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일종의 상담 전화였다. 코로나19 감염증 혈액투석실 관리 지침은 대한신장학회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다행히 B환자는 진단검사 결과 음성이라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진 않았다. 투석활동 이외에는 가정 내 체류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면 되었다. 평소대로 혈액투석이 가능함을 설명하니 불안함과 답답함이 사라졌단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일주일에 세 번 만나고 있다.

C환자가 투석 중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투석을 받으며 지난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음에 대해 감사함이 담겨 있다. 그 속에는 코로나19 분위기에도 무사할 수 있었던 우리 병원 소속 투석환자들과 의료진을 향한 감사함이었다. 그리고 신장이식을 받는 날까지 1년이 될지 5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 지금처럼 투석을 유지하며 살고 싶은 소망이 적혀 있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 더욱 느껴지는 요즘이다. 코로나19의 위기상황에서도 삶은 이어진다. 환자의 웃음과 새해 소망이 적힌 글을 보니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감당해낼 수 있음을 다시 느낀다. 이선미 대전을지대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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