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대전 떠나 서울 이전 협약…감독기관인 과기부 "절차상 하자 확인 중"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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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유일의 초고급 인공지능(AI) 전문가 양성 교육·연구 기관인 KAIST AI대학원이 대전을 떠나 서울로 이전할 계획인 가운데, KAIS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통 부재가 이런 사달을 빚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AIST가 서울시와 AI대학원 이전을 협약하는 과정에서 운영 지원 기관이자 감독 기관인 과기부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지역균형발전에 나서야 할 정부가 `나 몰라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과기부는 KAIST가 대전 본원에 있는 AI대학원을 서울 양재 R&D 혁신지구에 이전하기로 최근 서울시와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과기부 한 관계자는 "KAIST와 서울시가 AI대학원 이전 협약을 맺었다고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며 "(협약 이전에) KAIST 측으로부터 전해 들은 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과기부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KAIST를 AI대학원 운영 기관으로 선정, 운영 예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연 20억 원을 지원하고 있고, KAIST로부터 보고받은 운영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와 관련한 제재 권한을 지니고 있음에도 KAIST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KAIST도 과기부에 교육·연구 인력과 시설·장비 이전과 관련해 보고는 고사하고 과기부 담당자와 어떤 교감도 시도하지 않으면서 절차와 방식을 무시했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과기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검토에 나선 상태다. 과기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보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KAIST 측에선 과기부 예산 지원과 별개로 운영 권한은 독립성을 지닌다는 반응이다. KAIST 한 관계자는 "학교 발전 계획을 정부에서 세워주는 건 아니고 학교 목소리가 더 중요하다"며 "(예산 등을) 지원받는 가운데 시드머니(종잣돈)로 활용해서 더 확장하고 더 좋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후 필요한 부분은 보강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절차상 보완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지역에선 냉랭한 분위기다. 20여 년 간 대전에 있던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충청권 유일의 인공지능(AI) 대학원마저 서울로 이전키로 협약을 체결, 충청권 홀대를 넘어 무대접 수준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지난해 과기부가 AI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KAIST를 비롯해 8개 AI대학원을 선정하면서 결과적으론 권역별 안배가 이뤄졌지만, 이번 협약체결로 충청권에서만 AI대학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역 과학기술계 한 인사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국립특수대학교인 KAIST가 정부와 소통 하나 없이 충청권에 유일하게 있던 AI의 상징과도 같은 AI대학원을 임의로 옮기겠다는 것은 오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가 발전이란 대의만 내세우며 대전에 있던 것을 서울로 옮기겠다는 것은 충청민을 배려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인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에다가 충청권 유일의 KAIST AI대학원마저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는 것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큰 오점이 될 것"이라며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KAIST도 문제지만 이를 제지해야 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지 궁금하다"고 밝혔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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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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