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AI대학원 서울로 이전·확대 등 위해 사재 출연
"글로벌 핵심 인재 양성에 4차산업혁명 시대 주도하길"
충청권 유일 AI대학원 전출 소식에 충청홀대론 제기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 혁명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해 나라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AI 시대를 주도한다면 세계사에 빛날 일이 될 것입니다."

원양어선 말단 선원으로 시작해 굴지의 동원그룹을 일군 김재철 명예회장이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 AI 핵심 인재 양성에 사재 500억 원을 내놓기로 했다. 김 명예회장은 16일 KAIST에서 향후 10년간 AI대학원 운영 확대 지원을 위해 사재 500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이는 그동안 KAIST에 50억 원 이상 기부 약정을 한 주요 개인 기부자 중 금액 면에서 상위 네 번째에 해당한다.

김 명예회장은 "AI 물결이 대항해시대와 1·2·3차 산업혁명 이상으로 우리의 삶을 바꾸는 큰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이 AI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출정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학영재들과 우수한 교수진들이 집결해있는 KAIST가 선두주자로서 우리나라 AI 개발 속도를 촉진하는 플래그십 역할을 할 것"이라며 "KAIST가 AI 인재 양성으로 AI선진국의 길을 개척해 주는 역사적 과업을 수행해 줄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4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AI 인재 양성과 기술 확보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산업이 지난해 한양대에 30억 원을 기부해 국내 최초 AI솔루션센터를 설립한 것도 김 명예회장의 깊은 뜻인 것으로 전해진다. 동원그룹도 지난해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전 계열사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프로젝트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엔 KT가 주도하는 AI 기술 산·학·연 협의체인 AI원팀에 합류하는 등 AI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KAIST는 이날 김 명예회장의 기부 약정에 따라 대전 본원에 있는 AI대학원을 내년 3월부터 서울 캠퍼스로 이전하고 오는 2023년부터는 AI 관련 기업들과의 공동 연구 등을 위해 서울 양재 연구개발 혁신지구로 다시 이전해 교육·연구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전임교수를 40명으로 늘리는 등 4차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AI 융·복합 인재 양성과 연구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는 구글·아이비엠·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의 AI연구소 출신 전임교수 13명 등 교수진 21명과 석사과정 79명, 석·박사 통합과정 17명, 박사과정 42명 등 학생 138명이 재학 중이다. KAIST AI대학원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사업에 선정, 같은 해 8월 국내 최초로 개원했다.

신성철 총장은 이날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과 AI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몸소 실천한 김 명예회장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기부를 토대로 KAIST가 AI 인재 양성·연구에 세계적 허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 석·박사급 AI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전국 8개 대학·기관에 AI대학원을 선정, 설치 지원키로 결정했다. 당시 KAIST를 비롯한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포스텍(포항공대), GIST(광주과기원), UNIST(울산과기원) 등에 AI대학원을 설립키로 했다. 과기부는 당시 선정 과정에서 권역별 안배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결과론적으로 수도권 4개, 영남 2개, 충청 1개, 호남 1개 등 권역별 안배도 감안이 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충청권 유일의 AI대학원이 대전에서 서울로 이전키로 하면서 충청권은 전국 광역권에서 유일하게 AI 석·박사 전문 교육기관이 없는 지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편, 내년 2월 개교 50주년을 맞는 KAIST에는 올해만 100억 원 이상 고액 기부가 3건이나 이뤄지는 등 지난 11일 기준 발전 기금 약정액이 약 1470억 원에 이른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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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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