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은 온라인-하위권은 대면면접…"입학 전부터 대놓고 줄 세우는 꼴"

[사진=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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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전부터 대놓고 줄 세우는 것도 아니고, 성적순으로 면접을 따로 봤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과학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국립 특수 대학교인 KAIST가 수시전형 면접을 성적순으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적지않다. 서류평가 결과 상위권은 온라인, 하위권은 대면으로 각각 진행해 불공정과 차별 논란이 뒤늦게 제기되고 있다.

KAIST는 2021학년도 수시전형을 위해 지난 7일과 9·10일에 서류평가 합격자 1730여 명을 대상으로 면접시험을 실시했다. 이번 면접시험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따라 각각 온라인과 대면으로 이뤄졌는데, 학교 측은 서류평가 결과를 통해 온라인과 대면 면접 대상자를 선정했다. 전형료는 약 9만 원으로 동일했다.

문제는 면접 방식에 차별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서류평가 결과 점수가 높은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대면 면접 대상자로 분류해 면접을 치르면서 차별이 있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역 교육계 한 인사는 "같은 전형 대상자면 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성적순에 따른 면접 방식 분류는 대놓고 학생들을 줄 세우기 하는 것과 다름없을 뿐만 아니라, 이 소식을 들은 하위권 학생들은 아마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면접 내용도 달랐다. 모집요강과 입학공지 등에 따르면 온라인 면접은 지원서 기반 질문 또는 자유 질문의 5-10분 정도 약식으로, 대면 면접은 학업·학업 외 역량평가 등 20분 이상의 심층 면접으로 치러졌다는 것. 온라인 면접 학생들의 경우, 사실상 이미 합격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에서 요식행위로 면접을 치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KAIST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불가피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성적순으로 면접 방식을 나눈 것에 대해선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KAIST 관계자는 "원래 전체적으로 대면(면접)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전체를 다 부르기에는 학교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서류평가 점수가 높은 학생들은 통상적으로 면접을 잘 보고 사실상 합격권이지만, 면접을 통해서 검증을 해야겠다는 학생들은 대면으로 (면접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같은 내용을 공지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서류평가 결과로 한다고 하면 다 그렇게 이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온라인·대면 면접 인원수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기에 공개를 안 한다"고 거부해 이번 면접 진행 방식에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KAIST는 이번 2021학년도 수시전형을 통해 550명 가량을 선발하며, 최종 합격자는 오는 26일 발표할 예정이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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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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