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4시 30분쯤 찾은 대전 중구 대흥동 문화예술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돈다. 이곳은 소극장이 다수 몰려 있어 지역 연극인들이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연말을 맞아 다양한 공연으로 북적돼야 할 거리는 건물 벽면과 길가의 가로등에 부착된 공연 포스터만이 휑한 거리를 메우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장기화로 관객 감소와 공연 취소, 좌석 띄워 앉기 등 공연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81석 규모의 소극장 고도를 운영 중인 극단 떼아뜨르고도는 공연 준비 기간인 1월을 제외하고 매년 2월부터 연말까지 대관 공연을 포함 30여 개 안팎의 공연이 진행했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연극 성수기인 봄 시즌(3-4월) 공연이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하반기에도 코로나가 확산을 거듭해 많은 공연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대관 또한 건물에 입주한 다른 업주에게 피해를 끼칠까 우려해 최소한으로 가동했다. 지난해에 240여 일 대관을 했지만, 올해는 100일도 채 가동을 못 했다.
권영국 극단 떼아뜨르고도 대표는 "현재 대면공연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지인조차 안 오는 상황으로 공연을 진행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들조차 감염 우려로 연습하기 힘들고, 당장 코로나 정국을 타개할 대안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극단 아신아트컴퍼니 역시 연극 `협상1948`을 오는 18일까지 대전서구문화원 아트홀에서 진행하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관람 인원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당초 회당 43명까지 관람할 수 있었지만, 관객 입장을 18명으로 축소했다.
이인복 극단 아신아트컴퍼니 대표는 "대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12월은 공연계에서 가장 큰 대목인데 코로나로 공연을 진행하지 못하면, 많은 공연단체가 쓰러진다고 봐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거리두기 앉기로 공연을 진행하면 적자 구조로 공연을 안 하는 게 오히려 나은 상황"이라며 "게다가 연말을 맞아 내년도 계획과 일정을 세워야 하는데 코로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 때문에 두 손을 놓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대전예술의전당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등 공공 공연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전에는 `한 자리 띄어 앉기`로 전체 좌석의 50%까지 오픈했지만, 지난 8일부터 방역 지침이 변경됨에 따라 전체 좌석의 30%만 오픈해 운영한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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