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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칼럼] 좋은 반려자

2020-11-24기사 편집 2020-11-24 13: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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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민정 건양대병원 간호부 팀장
필자는 늦은 나이에 사내 결혼을 했다. 그저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알고 지내던 중 호감을 갖고 만나게 되었지만 결혼까지는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다. 둘 다 꽉 찬 나이에 만남이었기에 자연스럽게 결혼을 고민하게 되었지만 나의 속물 근성으로 이것 저것 재어 보며 밀당을 했고 마치 우리가 아닌 나 혼자 결혼이라는 칼자루를 쥔 사람처럼 행동을 했었다.

한참 연애를 할 때 "오빠는 꿈은 뭐야?"라고 나 나름대로 남자로서의 포부를 물은 적이 있다. 당시 운전을 하던 남편은 "응, 난 나중에 정말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 때론 친구처럼 살갑게 지내면서도 언제든 힘들 때 의지하고 함께 고민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어"라고 답했었다. 대답을 들은 순간 내 기대와 너무나 달랐던 터라 실망감을 잔뜩 드러나게 긴 한숨을 쉬고 말았다. 당시 나의 한숨은 말보다 더 크게 상대방에게도 전달되었고 우리 둘의 가치관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너무 다르다고 인정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별을 받아들이고 멀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건 아니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고 남자라면 그것 보다 가정의 경제적인 안정과 가장으로서의 사회적인 지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기대했었던 나는 그저 좋은 아버지가 꿈이라는 그 대답이 무척이나 한심스러웠다. '그까짓 좋은 아버지가 꿈이라니…남자가 뭐 이렇게 꿈이 소박해. 결혼 상대로는 아니구나'라고 느꼈었고 우리의 만남은 거기서 잠시 멈추게 되었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연인은 아니지만 한 동안 괜찮은 동료로만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곤란한 상황, 해결하기 어려운 어찌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도움을 구하는 대상이었고 한 번도 싫은 내색하지 않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에 나는 그의 그런 마음을 내가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에 큰어머니가 암으로 각종 시술 등을 받게 되었는데 본인의 큰어머니인 양 보살피며 챙겨주는 모습에 진심을 알게 되었고 나는 연애할 때도 잘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운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때 그가 했던 말은 그를 다시 보게 했고 우리를 결혼에 이르게 했다.

"네가 곤란하고 힘들고 누군가 의지하고 싶을 때 내가 도움이 되었다니 내가 고맙네. 내가 예전에 말했던 나의 꿈…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말 기억나?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도 항상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뜻이었어. 당시에 좀 더 진지하게 얘기하지 못한 게 두고 두고 후회스러웠는데 이런 말을 할 기회가 오네" 순간 이런 남자를 이젠 놓치면 안되겠다 싶은 마음을 들게 했고 우리는 다시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이제 결혼한 지 10년이 넘어 내게는 남편과 나를 각각 닮은 아들 둘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아빠와 야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주말 아침이면 아침식사도 하기 전에 글러브와 야구공을 들고 아빠를 깨워 놀이터로 나간다. 귀찮고 싫을 법도 한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에는 싫은 내색을 하는 법이 없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들 둘을 맞벌이 하면서 키우는 나를 대단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는데 7할은 남편 덕분이다. 나머지 3할은 우리 친정어머니, 그리고 엄마로서의 나의 역할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충족해주는 정도라고나 할까?

나는 결혼 후 가까이 남편에게서 가족이나 타인에 대한 태도, 삶의 가치 등과 같은 중요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면서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데 다행스럽게도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곁에 있는 덕분에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게 된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 가족을 구성하느냐는 본인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의 성품, 가치관이나 생각이 아닌 그 사람 주변의 것에 관심을 많이 갖는 세상이지만 친구만 사귀어봐도 이 친구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우리는 안다. 하물며 삶의 반려자를 만나려고 한다면 우리는 딱 한가지만 기억하자. 과연 이 사람 삶의 가치관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이민정 건양대병원 간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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