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교수 핵심기술 해외유출 등 3년간 200건… 성과지상주의 타파 주문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에서 잇단 비위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과학기술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핵심기술 해외 유출부터 예산 부정 집행과 성실 의무 위반 등 크고 작은 비위행위가 최근 200건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성과 지상주의에서 탈피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한편, 윤리 의식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전지검은 지난 14일 첨단기술을 해외에 유출한 혐의로 KAIST A모 교수를 구속기소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A모 교수가 `자율주행차량 라이다` 기술을 중국 소재 대학 연구원들에게 유출했다며 고발한 사실을 규명한 데 따른 후속조처였다. A모 교수는 산업기술 유출방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을 비롯해 업무상 배임, 업무 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군사 기밀자료 유출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감사를 통해 ADD 연구원 3명이 휴대용 저장 매체(USB)를 통해 내부 자료를 옮긴 기록(로그)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현재 경찰은 해당 직원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출연연에서 이 같은 각종 비위행위로 실제 징계를 받은 경우는 최근 3년간(2017~2020년 6월) 180건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건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진다.

비위 내용은 다양하다. 근무 시간에 골프를 쳤다든지, 부실학회에 참석하면서 출장비를 받았다든지, 출장 중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성실 의무 또는 품위 유지를 위반한 경우가 허다하다. 또 원자력 안전법 위반, 화재사고 초동대처 미흡 등 안전사고와 직결된 사례도 있었다. 뇌물 수수, 음주운전, 성폭행·성추행·성희롱 등 성 범죄와 같은 심각한 수준의 범죄행위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과거 연구에만 몰두하면 과정을 배제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산업 보안 관련 윤리적·제도적 교육을 해야 하고, 관계 기관이나 기업들에 비위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유무형의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언한다.

내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학기술계 한 인사는 "비리가 벌어진 기관과 주무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오히려 비리를 감추고 무마하려는 태도에 과학기술계 비리가 방치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지난달 연구수행 주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평가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한 제4차 국가 연구개발 성과 평가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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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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