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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칼럼] 내 몸 지키는 두 바퀴

2020-09-15기사 편집 2020-09-15 15: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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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경옥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
지난달을 끝으로 아끼던 후배가 사직을 했다. 늘 밝은 모습으로 투석 받는 환자들의 손과 발이 돼 주었던 후배는 지속적인 허리 통증으로 더 이상 병원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해 부모님이 계신 군산으로 내려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송별회다운 송별회도 못하고 부서에서 간단한 간식으로 아쉬움과 서운함을 대신했다. 아직도 이름표가 붙어 있는 탈의실 옷장을 보면 마음이 허전하다.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상황에서 간호사의 업무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어둠을 뚫고 동이트기 전부터 하루를 마감하는 달빛 저문 새벽녘까지 인공신장실의 기계는 쉼 없이 돌고 돌아간다. 혹시라도 고열이 있거나 호흡기 증상이라도 동반된 환자가 있다면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모든 환자들이 귀가 후 빈 격리실에서 투석이 진행돼야 하므로 투석실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을 때도 있다. 퇴근 시 한 발자국 움직일 힘조차 없어 비어 있는 복막 투석실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몸도 마음도 지치고 우울하다. 더욱이 바이러스의 종식 시점을 알 수 없기에 스트레스는 맥시멈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럴수록 행동적 항우울제와 항스트레스 활동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필자는 휴일이면 동그란 두 바퀴를 굴리며 천변으로 나가본다.

긴 장맛비 뒤에 찾아온 여름의 뜨거움은 짧기만 하다. 계절이 바뀌는 9월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바람을 가로지르며 굴리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아름다운 그곳으로 간다. 숨막히던 폭염도 이제 한풀 꺾였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제법 살갗에 시원하게 와 닿는다.

노란 금계국과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하얀 개망초가 꽃동산을 이루던 유등천변과 갑천 산책로길은 올 여름 수마에 상처 입은 생채기들이 이제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빨리 푸른 하늘만큼 청순하고 울긋불긋 핀 코스모스와 마주하고 싶다.

도마교를 지나 유등교, 태평교, 가장교, 수침교, 맹꽁이 집단 서식지로 힘차게 달려본다. 씩씩하게 울어대던 맹꽁이의 소리는 이제 조용해졌다. 삼천교를 지나 목척교로 갈까 망설이다 오정동 다리를 넘어 시원한 물길 위에 놀고 있는 검정 오리 친구들과 만난다. 여러 갈래로 흩어졌던 물줄기들은 다시 합쳐져 한밭대교를 따라 끝없이 흘러간다. 둔산대교와 엑스포다리를 지나 갑천대교를 달리는 동안 한 주간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다 사라진다. 햇볕을 받으며 눈앞에 펼쳐진 초록세상은 내 마음에 싱그러움과 힐링을 안겨준다.

수없이 울리는 안전문자와 코로나19로 무너진 사회적 관계의 단절, 심리적 우울감은 천변 물 향기 비릿함 속에 다 녹아 버린다. 하루에 30분씩 산책 및 아파트 계단 오르기, 휴일을 이용한 자전거 타기 등 안전한 시간 안전한 환경에서 나만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은 사회적 방역만큼 심리적 신체적 방역을 높여줄 것이다. 김경옥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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