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1년 남겨놓고 핵심장치 미 구축…무리한 일정 소화 부실 우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중이온가속기 장치 구축 사업이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완공일이 1년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핵심 장치 대부분이 제작 조차 되지 않고 있고, 무리한 일정 소화에 따른 부실 추진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등에 따르면 중이온가속기 사업은 2021년 12월 완공 예정 목표로 지난 6월 말 기준 공정률 70%대를 기록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날 "시설 건설은 거의 다 된 상태로 올해 말 준공될 예정이고, 장치 구축도 내년 말까지 (완공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작 사업의 중심에 있는 중이온가속기의 주요 장치 구축이 상당 기간 지연되고 있어, 완공이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이온가속기 관련 학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이온가속기의 핵심 장치 `초전도가속기3`는 올해까지 구축될 예정이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기준 초전도가속기3 주요 구성 부품의 조달·성능시험 진행률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1/4파장초전도가속모듈`의 조달 계약이 두 차례 기간 연장 끝에 지난 7월 31일 종료됐지만, 전체 가속 모듈 22개 가운데 3개가 미 완료됐고 `반파장초전도가속모듈`도 전체 34개 중 최초 계약 종료일인 지난 3월을 넘은 현재 한 개도 제작되지 않았다. 학계 관계자는 "모듈 하나당 제작·성능 시험 기간이 보통 20일 이상 걸린다"며 "올해는 물론 구축 완료 기간인 내년 말까지도 설치는 불가능하다. 중이온가속기 적기 구축은 실패"라고 말했다. 게다가 중이온가속기의 또 다른 핵심 장치인 초전도가속기2엔 가속모듈이 40여 개가 들어가지만, 아직 시제품 성능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 최초 구축 계획에 포함돼 있던 초전도가속기1의 경우 구축 비용을 문제로 현재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철저한 관리와 책임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무리한 일정 수행에 따른 제작·성능 검증·설치 등 모든 과정에서 부실 추진도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1조 500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 국민 사기극이 되지 않게끔, 본 계획에 있는 성능이 발현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중이온가속기는 수소이온 등을 초전도가속기로 가속해 엄청난 속도로 표적물질에 충돌, 새로운 희귀동위원소를 만들어내고 그 성질을 연구·규명하는 시설이다. 물질 기원 규명·우주 생성·진화 이해를 비롯해 재료·물성과학과 신에너지 개발 그리고 의생명과학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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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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