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김성준 기자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김성준 기자
"충남문화예술의 열악한 현주소를 직시하며 분기탱천했고, 새로운 비전을 세워 한국문화중심을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취임 6개월 차에 접어든 김현식(65)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그동안의 소회를 묻자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충남의 문화·예술 환경을 지적했다.

그는 충남은 한류 원조인 백제의 중심이었고, 조선시대에는 철학과 예술의 중심이었으며, 근대에는 독립운동의 영웅들을 무수히 배출한 곳으로 한국문화예술의 정통성과 대표성을 가진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류의 원조 충남이 한국정신문화의 중심에 서고, 예술로 승화시켜내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한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대도시 문화행사 관람률은 84%에 달하는 반면 읍·면 지역 관람률은 71%에 불과한 점 등 대도시와 지방 소도시의 문화 격차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 격차는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뚜렷하며, 충남도 예외는 아니다.

김 대표는 지방과 수도권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화재정을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공간 인프라 확충, 창작지원확대, 문화예술교육과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강화, 문화복지카드재원 확대 등 모든 사업들을 수행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양승조 충남지사는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올해 충남의 문화·체육·관광 종합계획인 문화비전2030 수립에 착수했습니다."

충남문화재단은 현재 `문화 충남` 건설을 위해 향후 10년의 중장단기 정책과 전략을 수립 중이며, 기구조직을 개편하고 신규사업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까지 충남문화재단의 역할이 `예술재단`에 한정됐다면 이제는 문화의 광범위한 영역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의 중심으로 발돋움해 충남만의 독특하고 자랑스런 문화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지역인재 유출과 문화 관련 콘텐츠의 격차가 지역 간 문화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이 점에 착안해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통한 `문화예술교육과 나눔`의 선순환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그들이 지역의 문화기획자나 예술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충남청소년예술아카데미`를 설립, 무상교육을 통해 재능을 키우고 일정 기간 지역사회에서 문화예술봉사를 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귀농귀촌을 지원해 특화된 예술인 마을을 만들어 가기 위한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충남 시·군의 자치단체장들과 의기투합해 1차로 태안과 홍성에서 청년음악인들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 내 15개 시·군에 충남과 수도권 예술인들의 창작과 생활이 가능한 예술인촌을 조성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충남의 모든 읍·면·동에 유급 상근 문화기획자를 두고 원하는 주민은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등 모든 마을이 문화예술을 향유토록 할 계획이다.

그는 민선7기 들어 충남도 정무부지사 직이 문화체육부지사로 바뀌는 등 도정이 문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충남은 백제이래로 문화예술의 중심이었으며, 21세기에 문화예술은 산업의 쌀이자 복지의 완결요소입니다. 오늘날 쇠락한 충남 문화·예술의 중흥을 도모하는 것은 도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산업발전과 복지구현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기에 매우 올바르고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남은 `한국정신문화의 본향`을 주장할 수 있는 상징과 인물, 콘텐츠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문화 르네상스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국 고유문화의 재발견, 재평가, 재창조를 바탕으로 인문학 부흥에 예술을 접목시켜 충남이 `신한류 발전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성웅 이순신 장군, 이지함 선생의 실학과 토정비결, 계룡산에서 동양철학의 근본인 주역을 완성한 김일부 선생의 `정역`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동학, 민족혼의 상징인 독립기념관, 수많은 독립운동 영웅 등 충남은 한국 정신문화의 중심이 되는 역사, 상징, 인물, 콘텐츠를 두루 갖추고 있다. 대립과 분열보다 조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지리적, 역사적, 정신적 조건을 갖춘 미래의 땅으로 문화예술 융합과 재창조의 용광로가 되기에 적합한 조건인 셈이다.

그는 "세종시는 행정교육중심, 계룡논산은 국방안보중심, 대전은 과학기술중심 그리고 충남은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왔다"며 "충남문화재단은 `국토의 중심에서 문화의 중심으로`라는 기치 하에 변방에서 중심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충남문화재단은 내년 5월 `문화의 달` 제정 50주년을 맞아 내포신도시에서 `뿌리문화축제 - 한문화의 달` 행사를 열 예정이다. 현재 기획단과 추진위를 구성 중이며, 대통령 행사로 치르는 방안을 수립하고, 지역 기업과 충남도교육청, 광복회 등 다양한 단체와 연계해 전국 규모의 기념비적인 문화예술행사로 치를 계획이다. 또한 전국 윷놀이 대회도 유치했으며, 행사 후 남북윷놀이대회를 북측에 제안한 뒤 남북 공동으로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또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문화·예술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는 동시에 권역별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조기폐쇄되는 보령화력 1, 2호기를 문화예술시설로 탈바꿈시켜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에 비해 다소 쇠락해 가는 관광도시 보령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충남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권역별 발전전략에 대해서는 "천안·아산은 한국디지털예술의 새로운 중심으로 키우고, 서부해안지역은 천혜의 자연조건에 문화예술을 접목해 축제의 고장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남서부 내륙은 인문학과 전통문화예술중심으로 신한류발전소가 되도록 키워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에게 문화란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이자 국가와 사회를 유지·발전시켜주는 동력이다. 그는 문화융성이야말로 충남의 산업 기반을 넓히고 관광을 진흥시키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문화·예술 축소 현상을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복지가 시급하다보니 자칫 문화예술사업을 축소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하지만 문화예술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복지고 산업의 쌀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성준 기자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는

충남 연기군 전의면 출생으로 서울 용문중고등학교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와 홍보기획사를 운영하다 방송계에 늦깎이 입문, 문화관광부 산하 아리랑TV 기조국장, 경영전략실장, 세계방송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한국뉴미디어방송협회 사무총장, 방송통심심의위원회 방송심의위원, KBSn방송예술원장, SBS아카데미방송문화원장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문화정책과 문화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지역에서 `충청사회문화연구소`를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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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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